눈 녹는 소리
겨울은
말없이 떠나며
마당에 흰 그릇 하나
놓고 간다
햇살이 닿을 때마다
눈은
조금씩 물이 되고
처마 끝에서는
봄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멀리
새 몇 마리 지나가고
빈 논에는
바람이 먼저 씨를 뿌린다
나는
오래 접어 둔 편지처럼
마음속 이름 하나를
가만히 펼쳐 본다
잊은 줄 알았는데
눈 녹는 소리 속에서
그리움은
따뜻한 밥 짓는 냄새처럼
천천히 피어난다
세상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계절을 갈아입는 일
눈 아래 숨었던 풀잎도
제때가 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개를 든다
나도
오늘을 조금 녹여
내일이라는 흙 위에
조용히 올려놓는다
그러면
꽃은
내가 모르는 사이
먼저 와
봄을 불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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