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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먼 길을 걷는 저녁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14|조회수3 목록 댓글 0

먼 길을 걷는 저녁

 

문득

신호등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초록불은 몇 번이나 바뀌고

사람들은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길을 건넌다

편의점 유리창에 비친 나는

조금 낯설고

조금 오래된 사람

계절은

영수증처럼 주머니에서 구겨졌고

지워진 글씨 사이로

몇 사람의 이름이

아직 남아 있다

커피를 들고 지나가는 학생,

배달 오토바이,

횡단보도에 쌓인 빗물,

모두

제 갈 길을 알고 있는데

나만

한참 동안

저녁 속에 서 있다

버려야 하는 마음과

끝내 데리고 가는 마음 사이에서

사람은

조금씩 자기 얼굴을 닮아 간다

가로등이 켜지고

형산강은

낮의 그림자를 조용히 접는다

나는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과

아직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힘이라는 것을

늦게 배운다

오늘도

일부러 먼 길을 택한다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 오래 남은 것들을

천천히 집까지 데려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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