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저녁
비는
창문을 오래 만지다
아무 말 없이
골목으로 걸어간다
눈은
지붕과 나뭇가지를
천천히 덮으며
세상에
조용한 말을 남긴다
나는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김이 오르는 찻잔 앞에서
한 사람을 생각한다
보고 싶다는 마음은
큰 소리로 오지 않고
창틀에 내려앉은 눈처럼
가볍게 쌓인다
문밖에서
바람이 지나가고
멀리
첫 버스가 골목을 지난다
누군가는 집으로,
누군가는 또 다른 하루로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창문을 열어 보니
겨울 하늘에
별 하나가
차갑게 빛난다
이상하게도
그 빛은
손을 데일 만큼 따뜻하다
만날 수 없는 사람도
어딘가 같은 하늘 아래
오늘을 견디고 있으리라
그래서 나는
기도 대신
방 안의 불을 조금 오래 켜 두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식히며
먼 길을 걷는 마음 하나를
조용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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