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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창문 하나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14|조회수4 목록 댓글 0

창문 하나

 

아침마다

창문을 연다

별일은 없고

어제와 같은 골목,

어제와 같은 전봇대,

어제와 같은 하늘이

먼저 인사를 한다

빵집에서는

첫 빵이 익는 냄새가 나오고

청소하는 빗자루 소리가

새벽을 천천히 쓸어 모은다

나는

따뜻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하루도

사람처럼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을 한다

화분의 작은 잎은

아무 말 없이 커지고

벽에 걸린 달력은

조용히 계절을 한 장 넘긴다

살아간다는 것은

거창한 꿈을 이루는 일이 아니라

늦은 저녁

무사히 열쇠를 돌리고

집 안의 불을 켜는 일인지도 모른다

창밖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느린 걸음으로 골목을 건너고

누군가의 자전거는

낡은 체인을 울리며 지나간다

세상은

생각보다 많은 소리로

서로를 안심시키고

사람은

그 소리들 사이에서

조금씩 내일을 믿는다

나는

창문을 닫기 전에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본다

오늘도

놓친 것은 많았지만

잃지 않은 바람 하나와

아직 따뜻한 손 하나가

내 곁에 남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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