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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불빛이 사는 곳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14|조회수4 목록 댓글 0

불빛이 사는 곳

 

엘리베이터는

아무 감정도 없이

사람을 위로 올려 보낸다.

18층에서 내린 여자는

장바구니를 오른손으로 바꿔 들고,

배달 기사는

문 앞 사진 한 장을 남기고

계단으로 사라진다.

복도에는

김치찌개 냄새와

섬유유연제 냄새가

아무렇지 않게 함께 살고 있다.

창문을 열자

도시는

수천 개의 불빛을 켜 놓고도

누구 하나

큰 소리로 외롭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냉장고 모터 소리와

세탁기 탈수 소리를 들으며

오늘도

무사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다.

탁자 위 귤 하나는

스스로 빛을 내고,

쓰레기봉투 옆

빈 페트병은

구겨진 하루처럼

몸을 접고 있다.

멀리

응급차 한 대가 지나가고

빨간 신호등은

한 사람도 없는 횡단보도를

끝까지 지키고 있다.

세상은

거창한 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늦은 설거지를 하고,

누군가 고양이 밥을 채워 주고,

누군가 베란다 화분에

마른 흙을 만져 보는 동안

조용히 내일로 넘어간다.

잠들기 전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는다.

아무에게도 오지 않은 연락과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가

나란히 놓여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오늘은

조금도 허전하지 않다.

창밖의 달이

맞은편 아파트 유리창을 하나씩 켜며

도시 전체를

거대한 집처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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