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숲
눈이 내린다
자작나무는
말없이 흰빛을 입고
내가 지나온 시간도
발자국처럼
조용히 쌓인다
숲은
누구를 붙잡지 않는다
빈 가지마다
하얀 숨결 하나
걸어 둘 뿐
백학 한 마리
숲 위를 지나고
그 느린 날갯짓을 따라
내 마음도
조금씩 가벼워진다
오래 품은 후회는
눈 속에 묻고
부르지 못한 이름들은
솔향기 따라 흩어진다
평온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겨울 숲을 바라보는
고요한 마음속에서
천천히 피어나는
한 송이 눈꽃
오늘도 나는
한 그루 자작나무처럼
바람을 견디고
한 마리 새처럼
하늘을 잠시 빌려 쓴다
저녁이 오면
별들은
눈 위에 조용히 내려앉고
나는
사라지는 발자국 하나로도
충분한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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