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지에 서서
천 년 전
기러기와 오리가 내려앉았다는 연못
사람들은 그곳을 안압지라 부르고
달이 머문다 하여 월지라 불렀다
밤이 오면
물결은 달빛을 품고
천 년의 기억을 은빛으로 흔들어 놓는다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을까
얼마나 많은 사연이
물속으로 스며들었을까
돌 하나 물결 하나에도
신라의 숨결이 남아
말없이 시간을 견디고 있다
밀려오는 그리움은
맑은 샘이 되어 흐르고
흐르지 못한 마음은
연꽃으로 피어난다
사라진 것은 왕궁만이 아니다
웃음도 눈물도 사랑도
한 시대의 꿈도 물결 아래 잠들어 있다
그러나
천 년이 흘러도
달은 여전히 연못에 내려앉고
하늘은 변함없이 해를 띄우고 해를 거둔다
나는 월지 곁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생각한다
시간은 흐르지만
그리움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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