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동의 저녁 2
석양은
하루의 마지막 불씨를 남긴 채
천천히 산 너머로 기울고
나는
심장을 두드리던 욕심 몇 개를 내려놓고
창가에 걸터앉아
길어진 그림자를 바라본다.
한낮의 태양이 남긴 함성은
어느새 가라앉아
솜털처럼 가벼운 빛이 되어
발끝에 머문다.
새들은 노을을 흔들어 깨우며
눈부신 날갯짓 하나씩 모아
내일이라는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뜨거운 햇살을 견뎌낸 수련은
붉게 달아오른 꽃잎을 접고
물속 깊은 곳에
사랑의 뿌리를 내린다.
노을은
수줍은 여인의 볼처럼 붉어지고
잠자리들은 그 위를 스치며
저녁의 물결을 그린다.
인왕동 하늘에도
하루가 천천히 닻을 내린다.
먼 길을 걸어온 순례자처럼
해는 말없이 사라지고
남은 빛만
오래도록 세상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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