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게 배우는 일
가을이 창문을 두드린다
멀리 바다를 건너온 바람 하나가
가슴속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나는 잠시 잊고 있던 꿈의 이름을 불러본다
높이 나는 새가 아니라도 좋다
오늘보다 조금 더 넓은 하늘을 품고
내 삶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들꽃 하나 피어나는 일처럼
사랑은 요란하지 않게 다가와
메마른 마음 한구석에 작은 온기를 심는다
기다림 끝에 맺힌 이슬처럼
투명한 눈빛 하나
그것이 하루를 살아가게 한다
햇살은 물결 위에 내려앉고
은빛으로 흔들리는 시간들은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숨결 속에 있음을
조용히 알려준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의 향기
창가에 머무는 달빛 한 조각
그리고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마음
그 작은 것들이 모여 한 사람의 계절을 만든다
가을은 말없이 가르쳐 준다
높은 나무일수록 그늘을 만들고
익어가는 열매일수록 고개를 낮춘다는 것을
그래서 나도 조금 더 맑게 조금 더 따뜻하게
세상을 비추는 사람으로
이 가을을 건너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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