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으로 남고 싶다
바다는 침묵으로 가득하다
말을 잃은 파도들이
무채색 시간 위를 떠돌고
나는 오래된 돌 하나처럼
그 곁에 누워 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길 위에서
하루는 또 하루를 밀어낸다
수평선 너머
희미한 무지개 한 조각이
아직도 나를 부르고 있는데
영혼은 먼저 일어나 걷고
육신만 뒤에 남아
늦은 숨을 몰아쉰다
굳어버린 마음의 결마다
마르지 않은 슬픔이 스며 있고
눈물은 말없이
잃어버린 하늘을 찾아
깊은 바다 속으로 흘러간다
가자
더 늦기 전에
가벼운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슴에 쌓인 오래된 먼지들을
바람에게 돌려주자
한 번쯤은
청산보다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
내 안의 어둠과 화해하자
그리고 먼 훗날
마지막 길을 떠나는 날
부끄러움보다 감사가 많기를
후회보다 사랑이 많기를
아버지 잠드신 언덕에
한 줌 바람으로 스며들어
눈물 대신
꽃잎 하나로 남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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