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피는 시간
네온이 젖은 밤이다
유리잔 속 얼음이 녹아내리듯
하루도 천천히 무너진다
건너편 창문마다
저마다의 불빛이 켜져 있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아무 일 없는 얼굴로
밤을 건너고 있다
나는
어디쯤에서 길을 잃었을까
너무 많은 선택과
너무 많은 후회 사이
마음은 오래된 골목처럼
자꾸만 같은 곳으로 돌아온다
바람이 스쳐 간 자리마다
이름 없는 향기가 머물고
잊었다고 생각한 기억들이
불빛 아래서 다시 눈을 뜬다
도시는 잠들지 않는다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밤은 더욱 깊어지고
갈 곳 없는 생각들은
허공을 떠돌다가
문득
한 송이 꽃이 되어 핀다
어둠 한가운데서도
아무 말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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