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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수채화가 된 시간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14|조회수3 목록 댓글 0

수채화가 된 시간

 

숲은 아무 말이 없다

나뭇가지 끝에 걸린 햇살 한 조각
그 곁에 바람이 기대어 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오히려 더 오래 머문다는 것을

나는 늦게 알았다

 

커피 향이 스쳐 지나가듯

한때 뜨겁게 달리던 날들도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은은하게 번진다

 

황혼은 천천히 내려와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고요한 바다 하나를 펼쳐 놓는다

 

세월은 어깨에 손을 얹고

더 가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더 높이 오르라고도 하지 않는다

 

오래 헤매던 욕망의 바깥에서
비로소 나를 만나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높은 곳에 앉아 있던 새 한 마리

더 멀리 날아가려 애쓰지 않고
날개를 접는다

 

잊는다는 것은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무거움을 내려놓는 일이라는 듯

 

흘러간 시간은

물결처럼 지나가고
바람처럼 지나가고

나는 오래 붙들고 있던 독백을 접는다

 

그리고

바람이 잠시 머물다 간 자리에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저녁이
조용히 마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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