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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수채화가 되는 계절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14|조회수5 목록 댓글 0

수채화가 되는 계절

 

여름은

가을에게 자리를 내주듯
조용히 물러났다

 

누가 떠나라고 한 것도 아니고
누가 붙잡지 못해서도 아니다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

 

계절은 늘 그렇게
말없이 자리를 바꾼다

 

창밖의 나무는 조금씩 색을 바꾸고
마음속 풍경도 그만큼 깊어진다

 

무언가 익어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내려놓는 일

하나의 열매가 붉어질 때
하나의 슬픔도 함께 자란다

 

나는 세월을 따라가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세월이 내 등을 밀며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자

계절의 모퉁이에 서서
떠나는 여름을 바라보고

다가오는 가을의 냄새를 맡는다

 

와인 잔에 흔들리는 저녁빛처럼

하루도
한 계절도

천천히 익어간다

 

그리고

막 깨어난 가을은

한 폭의 수채화가 되어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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