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하나
북풍이 지나간 자리
목덜미에 박힌 겨울이
쉽게 녹지 않는다
얼어붙은 도로 위
멈춰 선 자동차들
꺼진 엔진 속에서
시간도 함께 식어 간다
세상은 하얗게 봉인되고
나무들은 말을 잃고
발자국마저
눈 속으로 천천히 묻힌다
몸을 웅크릴수록
나는 점점 작아지고
숨소리조차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때
침묵 하나
눈밭 한가운데 놓여 있다
이름도 없고
무덤도 없는
오래된 상처처럼
목구멍 깊은 곳에서
마른 바람 소리가 난다
말하지 못한 것들
울지 못한 것들
가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침묵들이
눈물에 젖어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주워
하얀 눈 위에 적는다
끝내 말이 되지 못한
나의 겨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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