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의 시간
문득
거울 앞에 선다
빛이 바랜 사진처럼
낯설고도 익숙한 얼굴 하나
시간은 소리 없이 지나가고
나는 겨울나무처럼
가만히 서 있다
잎은 떠난 지 오래
바람만 드나드는 가지 끝에
긴 한숨 하나 걸려 있다
거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주름 사이에 숨겨둔 날들
말하지 못한 슬픔과
지나온 기쁨까지
모두 비춰 준다
가만히 속을 들여다보면
한 생의 고뇌가
나이테처럼 겹겹이 쌓여 있다
빛이 있었고
어둠도 있었다
행복과 불행이 스쳐 갔고
자유를 꿈꾸다가
때로는 욕망에 길을 잃기도 했다
그래도
작아진 날개를 접고 싶지는 않다
아직 마음 한구석에는
하늘 끝까지 날아가고 싶은
바람이 남아 있으므로
나무의 옹이가 세월의 증거이듯
내 삶의 상처 또한
살아왔다는 기록이다
흘려보낸 시간들을 더듬으며
나는 안다
세월이 지나간 자리가
결코 빈 바람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오늘도 거울 앞에서
나는 오래된 나와 마주 앉아
조용한 독백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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