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만나자
가을에 만나자
국화 향기가 골목 끝까지 번지고
햇살이 한결 부드러워진 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걸어와도 좋다
우리는 마주 앉아
계절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바람이 지나온 길을 이야기하자
붉게 익어가는 석류처럼
가슴속에 오래 품어 두었던 말들도
조금씩 꺼내어 놓고
하늘을 올려다보자
높고 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 몇 점이
아무 걱정 없이 흘러가고
나무들은
붉은빛과 노란빛으로
저마다의 시간을 물들인다
그 곁에서
우리도 한 장의 풍경이 되자
단풍이 깊어가는 오후
은행잎이 바람 따라 흔들리는 길
그 계절의 한가운데서
오래 기다린 사람처럼
웃으며 만나자
가을은
그런 만남에 잘 어울리는 계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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