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을 잃어버린 계절
초록이 지워진 자리
세상은 회색의 숨을 쉰다
나무들은 빈 손을 내보이고
바람은 오래된 기억처럼
골목을 서성인다
들리는 것은 점점 작아지고
보이는 것들은
빛을 잃은 채 멀어져 간다
겨울은
모든 색을 거두어 간 뒤에도
떠나지 못한 그리움을 남겨 둔다
하얀 눈발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려와
상처 위에 조용히 쌓이고
사라진 것들의 이름을 덮어 준다
무너진 사랑은
다시 맞춰지지 않아도 된다
시간은 억지로 봉합하지 않고
그저 지나가며
아픈 자리를 조금씩 어루만진다
지금은
채색을 잃어버린 계절
그러나 나는 안다
얼어붙은 땅속에서도
잎은 자라고 있다는 것을
눈물이 잎이 되는 날
들꽃은 다시 피어날 것이고
겨울이 남긴 고독 또한
한 장의 봄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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