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기대어
어느새
창문 너머로 가을이 와 있다
바람은 먼저 다녀간 사람처럼
문틈에 향기를 남기고
나뭇잎들은
저마다 다른 빛으로
계절의 이름을 적어 놓는다
높아진 하늘 아래
햇살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들꽃들은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
바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가을은
크게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익어가는 들녘과
천천히 물드는 산자락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조급했던 마음도
이 계절 앞에서는
조금씩 속도를 늦춘다
바람 한 줄기
햇살 한 조각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따뜻해진다
나는 오늘
가을 곁에 조용히 앉아
오래된 노래 한 곡을 듣는다
그리고 알게 된다
평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계절을 받아들이는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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