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백
나는 아직
이 자리에 서 있다
밤이면 별을 올려다보고
낮이면 구름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시간을 바라본다
세월은
한 번도 내 곁에 머문 적이 없다
말없이 지나가며
내 어깨에 계절을 얹고
내 눈가에 바람의 흔적을 남긴다
젊음은
어느새 먼 풍경이 되었고
손에 쥐고 있던 꿈들도
조금씩 빛이 바랬다
그러나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모든 날들은
내 안에 켜켜이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듯
마음도 흔들리는 날이 있지만
나는 안다
저무는 것이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석양이 가장 깊은 빛으로
하늘을 물들이듯
삶 또한
저물 무렵에야 비로소
자신의 색을 완성한다
그래서 나는
내 노을이 지는 날까지
남겨진 여백을
따뜻한 꿈과
조용한 사랑으로 채우며
천천히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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