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밤
하루가 저문다
총성 없는 전쟁터를 지나온 병사처럼
나는 소파 한쪽에
몸을 내려놓는다
창밖은 조용한데
내 안에서는
아직도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난다
담배 연기 한 줄이
천장으로 흩어지고
그 뒤에 남은 나는
껍데기만 남은 조개처럼
텅 비어 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내 숨소리만
어둠 속을 천천히 건너간다
마음 깊은 곳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이 쌓여 있다
상실인지
그리움인지
후회인지
구별할 수 없는 채
심연처럼 가라앉아 있다
문득 묻는다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까지가 상처인가
어디까지 견뎌야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제는
꿈도 잠시 쉬었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고요를 되찾기 위해
오늘 밤만은
슬픔도 잠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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