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돌아가는 길
구름은 비를 내려놓고
나무는 잎을 떠나보낸다
떠날 때를 아는 것들은
한결 가벼워 보인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것을
오래전에 알았으면서도
나는 아직
마음의 벽 하나 허물지 못한 채
살아왔다
무엇을 얻으려 했던 걸까
무엇을 붙잡으려 했던 걸까
물안개처럼 피어올랐다가
사라지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긴 채
정작 나 자신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인생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짧고
파도 한 번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시간인데
어느새 나는
저무는 빛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이름 석 자 가슴에 품고
돌아가고 싶은 날이다
무언가가 되기 전의 나
세상을 처음 바라보던 눈빛
물에 비친 달을 보며
그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었던
그 시절로
길이 다시 시작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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