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문 앞에서
밤은 깊고
어둠은 오래 머문다
나는 숱한 날들의 잔해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기쁨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다
사랑과 이별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흔적만 남기고 떠났다
가슴 깊은 곳에는
아직 식지 않은 상처들이
재처럼 쌓여 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붙잡고 있던 것들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는 것을
욕망은 껍질이 되고
집착은 무게가 되어
오랫동안 나를 흔들어 왔다
이제는 내려놓고 싶다
더 가벼워지고 싶다
새벽이 오는 시간
한 겹씩 허물을 벗듯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영혼으로
오래 잊고 살았던
나 자신과 마주 서고 싶다
여명은
언제나 가장 깊은 어둠 뒤에 오므로
나는 오늘도
육체의 문 앞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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