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되어라
태워라
남김없이 태워라
산을 넘어오는 바람에
한 줌 재로 흩어질 때까지
외로움도
슬픔도
그리움도
모두 태워라
그대의 이름
그대의 얼굴
한때 전부였던 기억까지
재가 되어라
바람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먼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곳
다시는 닿을 수 없는 곳
그곳에 흩어져
기억조차 사라지기를
그러나 안다
잊겠다고 다짐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래도 오늘은
마지막 기도처럼 말해 본다
타고
또 타서
재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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