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성의 밤
태양이 떠오르면
오래된 기억 하나가
성벽 위로 걸어 나온다
무너진 돌 틈마다
시간은 켜켜이 쌓여 있고
지워진 이름들은
바람 속에서 다시 깨어난다
반월성은
천 년 동안
한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계절을 견뎌 왔다
검게 그을린 역사와
말하지 못한 사연들
그 모든 것이
축축한 흙 냄새로 남아 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성 안에는
보이지 않는 발자국 소리가 흐른다
환희의 함성도
절망의 울음도
이제는 같은 바람이 되어
돌담을 스쳐 간다
달빛은 희미하고
풀벌레 소리만 또렷한 밤
천 년의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청설모 한 마리
낡은 성벽 위를 달리며
혼자 남은 노래를 부른다
반월성은 말이 없고
밤은 깊어 간다
그러나 돌들은 아직도
기억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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