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림에서
천 년의 바람이 머무는 숲
계림의 나무들은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신라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햇살이 잎새 사이로 스며들면
금빛 먼지처럼 흩어지는 역사
어느 날
닭의 울음 따라 발견되었다는 전설은
이제도 나뭇가지 끝에 걸려
푸른 잎으로 흔들리고
숲길을 걷는 발걸음마다
보이지 않는 옛사람들의 숨결이
조용히 따라온다
서두르지 않는 나무들처럼
세월도 이곳에서는
잠시 걸음을 늦춘다
바람은 지나가고
계절은 바뀌어도
깊게 뿌리내린 시간은
떠나지 않는다
나는 계림 한가운데 서서
천 년을 견딘 초록에게
안부를 묻고
나무들은 잎새를 흔들며
오래된 미래의 언어로
대답한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