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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황진이 (상여가 멈춘 이유)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16|조회수4 목록 댓글 0

황진이의 증언

(상여가 멈춘 이유에 대한 본인 진술)

 

홍윤보라는 양반,

나만 보면 기침부터 했다.

처음엔 감기인 줄 알았다.

두 번째는 천식인가 싶었고,

세 번째쯤 되니

이 양반

나만 보면 목이 막히는 병이 있구나 했다.

 

우물가에서 만나도 물만 들여다보고,

장터에서 만나도 소값만 물어보고,

내 눈은 끝내 한 번도 못 쳐다봤다.

그러면서 뒤돌아가는 귀는 시뻘게졌다.

참 별난 양반이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은 상여를 타고 우리 집 앞까지 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상여가 딱 멈춰 섰다.

앞에서 메는 사람은 "영차!"

뒤에서 메는 사람은 "에구 허리야!"

상여만 모른 척 버텼다.

 

동네 사람들은 나보다 먼저 눈치를 챘다.

"윤보 양반 살아서 못 한 말이 있구먼" 나는 피식 웃었다.

살아서는 입이 돌부처더니

죽어서는 상여를 붙잡고 떼를 쓰네.

할 수 없이 꽃신 한 켤레를 올려놓고 관을 툭 치며 말했다.

 

이 양반 좋아하면 좋다고 하지 

왜 산 사람 허리, 죽은 사람 체면, 상여꾼 어깨까지 다 시험하시오?"

그랬더니 상여가 슬그머니 움직였다.

 

아까까지 버티던 녀석이

말 한마디 듣고 순한 송아지처럼 따라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했다.

 

윤보 씨

다음 생에는 글공부보다 입공부부터 하시오.

과거시험은 떨어져도 벼슬길만 막히지만

고백시험은 떨어지면 상여길까지 막히니까

 

그날 이후 송도 사람들은

사랑을 숨기는 사람만 보면 이렇게 말했다.

말 안 하면 병이 되는 줄 알았더니 상여도 세우는구먼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것들은 고백을 참 잘한다.

가끔은 너무 잘해서 사흘 만에 헤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여는 안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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