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의 증언
(상여가 멈춘 이유에 대한 본인 진술)
홍윤보라는 양반,
나만 보면 기침부터 했다.
처음엔 감기인 줄 알았다.
두 번째는 천식인가 싶었고,
세 번째쯤 되니
이 양반
나만 보면 목이 막히는 병이 있구나 했다.
우물가에서 만나도 물만 들여다보고,
장터에서 만나도 소값만 물어보고,
내 눈은 끝내 한 번도 못 쳐다봤다.
그러면서 뒤돌아가는 귀는 시뻘게졌다.
참 별난 양반이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은 상여를 타고 우리 집 앞까지 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상여가 딱 멈춰 섰다.
앞에서 메는 사람은 "영차!"
뒤에서 메는 사람은 "에구 허리야!"
상여만 모른 척 버텼다.
동네 사람들은 나보다 먼저 눈치를 챘다.
"윤보 양반 살아서 못 한 말이 있구먼" 나는 피식 웃었다.
살아서는 입이 돌부처더니
죽어서는 상여를 붙잡고 떼를 쓰네.
할 수 없이 꽃신 한 켤레를 올려놓고 관을 툭 치며 말했다.
이 양반 좋아하면 좋다고 하지
왜 산 사람 허리, 죽은 사람 체면, 상여꾼 어깨까지 다 시험하시오?"
그랬더니 상여가 슬그머니 움직였다.
아까까지 버티던 녀석이
말 한마디 듣고 순한 송아지처럼 따라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했다.
윤보 씨
다음 생에는 글공부보다 입공부부터 하시오.
과거시험은 떨어져도 벼슬길만 막히지만
고백시험은 떨어지면 상여길까지 막히니까
그날 이후 송도 사람들은
사랑을 숨기는 사람만 보면 이렇게 말했다.
말 안 하면 병이 되는 줄 알았더니 상여도 세우는구먼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것들은 고백을 참 잘한다.
가끔은 너무 잘해서 사흘 만에 헤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여는 안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