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저녁 여섯 시
횡단보도 앞에 사람들이
빨간 신호처럼 잠시 멈춰 선다
휴대전화 화면을 내리던 손과
비닐봉지 하나,
젖은 운동화 한 켤레가
하루의 무게를 대신 들고 있다
골목 끝 우체통은
오래전 주소를 잃은 편지처럼
말이 없다
강은 보이지 않는데
누군가는 오늘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지친 어깨를 이끌고 집으로 간다
계단을 오르며
주머니 속 영수증과
구겨진 메모를 꺼내다
문득
버리지 못한 것은
종이가 아니라
마음이었다는 걸 안다
주방에서는
주전자 하나가 먼저
물을 끓이고
창문 밖에서는
빨랫줄이 저녁 바람을 읽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거창한 귀향이 아니라
매일 같은 골목으로 돌아와
식어가는 국 한 그릇 앞에서
오늘의 침묵을 내려놓는 일
그래서 내일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시
강을 거슬러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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