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밴 것
싱크대 앞에 나란히 선 그릇들을 보면
사랑은
깨끗한 접시가 아니라
먹고 남은 국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뜨거웠고
한때는 넘치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물을 틀고
마누라는 옆에서 행주를 짠다
서로 할 말도 없어 보이는데
그 등 뒤로 저녁이 천천히 마른다
미운 날도 있었을 것이다
그릇 깨뜨리고 싶은 날도
수저를 내던지고 싶은 날도
그런데도 다음 날이면
또 밥을 담고
또 국을 뜨고
또 마주 앉는다
사람의 정이란
반짝이는 은수저가 아니라
손끝에 밴 세제 냄새 같은 것
아무리 씻어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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