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냄비
재래시장 한쪽
찌그러진 양은냄비 하나가
햇빛을 받고 있다
몇 번이나 끓어 넘쳤을
국물 자국을 몸에 두른 채
입을 벌리고 있다
젊은 날에는
식구들의 저녁을 품었을 것이고
김이 되어 올라간
한숨도 품었을 것이다
손잡이는 여러 번 데었고
바닥은 수없이 불에 그을렸을 것이다
그래도 저녁이면
제 몸을 다시 불 위에 올려놓고
끓고 또 끓었을 것이다
사람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살림이라는 불길 위에서
조금씩 닳아가며
누군가의 허기를 채우는 것
이제는
찌그러질 만큼 찌그러졌는데도
버려지지 못한 냄비
저 속에는 아직도
다 식지 않은 저녁 하나
가만히 남아 있을 것 같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