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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松詩集

양은냄비

작성자麗松 이상원|작성시간26.06.16|조회수1 목록 댓글 0

양은냄비

 

재래시장 한쪽

찌그러진 양은냄비 하나가

햇빛을 받고 있다

몇 번이나 끓어 넘쳤을

국물 자국을 몸에 두른 채

입을 벌리고 있다

젊은 날에는

식구들의 저녁을 품었을 것이고

김이 되어 올라간

한숨도 품었을 것이다

손잡이는 여러 번 데었고

바닥은 수없이 불에 그을렸을 것이다

그래도 저녁이면

제 몸을 다시 불 위에 올려놓고

끓고 또 끓었을 것이다

사람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살림이라는 불길 위에서

조금씩 닳아가며

누군가의 허기를 채우는 것

이제는

찌그러질 만큼 찌그러졌는데도

버려지지 못한 냄비

저 속에는 아직도

다 식지 않은 저녁 하나

가만히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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