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추억 2부 2권... 9장 - 종이로 접은 장미...

작성자일송정|작성시간06.08.04|조회수20,643 목록 댓글 0
도끼에가 권하는 대로 먹고 마시고 한 후 방으로 돌아온 것은 여덟시 조금 전이었다. 펴놓았던 이부자리 위에 뒹굴며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도어가 열리고 들어온 것은 마사오와 마찬가지로 유까다 모습인 요시무라였다.머리칼은 헝클어지고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야아, 어떻게 됐어?”

요시무라는 마사오의 베겟머리에 앉아서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가까이 했다.

“지금 내방에 누워 있는 여자, 대단한 애더군.”

“잘 되지 않았어?”

“아냐. 내 생각이 너무 지나친 것 같아 망설여지더군. 그런데 말야,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저쪽에서 끌어안고 ‘난 외로워요’라고 말하며 입을 맞춰 왔어. 난 어떻게 간청할까 하고 이것저것 작전을 꾸미고 있었던 참인데, 그런 절차는 일시에 확 날라가 버린 거라구.”

‘이 친구, 정사 이야기를 하려 온 거로군. 이미 땀 한 번 흘리고 휴식중이겠지.’

마사오는 그렇게 헤아려다.

“그럼, 카메라는 구실이었던 모양이군.”

“분명 그런 것 같아.”

“그런데 상황은 어땠어?”

“상당한 테크닉이야. 지금까지의 경험은 두 사람뿐이었다고 말했지만 그런 것 같지 않아. 남자의 급소를 잘 알고 있어.”

“그 여잔 여기서?”

“저쪽은 벌써 그럴 작정인데, 아침까지 함께 한다면 난 완전히 녹초가 될 거야.”

기쁜 듯이 요시무라는 웃었다.

“어쨌든 잘 됐어.”

마사오는 축하했다.

“역시 여자 쪽에서 능동적으로 해주는 편이 번잡하지 않아 좋아.”

“오늘밤은 시끄러울 테니까 귀를 막아 줘야겠어.”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서로 마음껏 즐기라구.”

그렇게 서로가 한참 얘기한 후에 요시무라가 즐거운 듯이 방을 나갔다.

그후 마사오는 곧 잠이 들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므로 이른 시간에 깨어 눈을 뜬 마사오는 이부자리 속에서 책을 읽었다. 창밖이 밝아 왔으므로 큰마음 먹고 아침 산보를 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계단을 향하는데 가네스끼가 나타났다.

“야아, 이렇게 일찍 어디에?”

“산보하러 갑니다.”

“그래요? 풍류를 즐기는군요.”

“가끔 합니다.”

현관 문을 열려고 하자 그 문은 밖으로부터 열렸다. 얼굴을 마주친 것은 아래층에 살고 있는 부인이었으며, 마사오는 얼굴만 알고 있는 처지였다.

“어머, 깜짝 놀랐어요.”

여자가 멈춰 서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으므로 마사오는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산보하러 가는 중입니다.”

“그렇세요. 난 지금 들어오는 중이에요.”

자그마한 몸집의 젊은 부인이 말했다.

“아, 그래요.”

“저희집 남편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요?”

“글쎄요.”

“죄송해요. 난 저쪽 방의 사까라고 해요.”

“아, 그렇습니까.”

여자는 마사오의 팔을 잡았다.

“지금 돌아온 걸 우리 그이에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예, 알았습니다.”

없는 것으로 하든 안 하든 마사오는 아직 그를 만난 적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호기심은 생겼다.

“어떻게 해서 아침에 돌아왔습니까?”

그러자 그녀는 발돋움해서 마사오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댔다.

“다음에 얘기해 줄께요. 후후후후.”

여자는 안으로 들어가고 마사오는 밖으로 나왔다.

‘여러 세대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에서는 매일밤 잡다한 드라마가 생기는군. 지금 그 여자에게서도 무언가 호색적인 냄새가 풍겼어.’

대략 한 시간 정도 걷고 아파트로 돌아오자 도끼에가 문 주변을 청소하고 있었다. 인사한 후 어젯밤의 저녁 대접에 관한 예를 표하자 도끼에가 다가왔다.

“어때요? 이젠 피로하지 않지요?”

“예.”

“맥주 덕분에 푹 잤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난 뒤, 산보하러 나가다가 만난 사까 부인의 일이 생각나서 물었다.

“아아, 그 부인. 젊게 보여도 서른 살이에요.”

“그래요?”

“남편은 연하로, C대학 야간부 법과를 다니고 있어요. 낮에는 어딘가에 근무한대요. 부인도 밤에는 술집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렇군. 오늘은 일요일이네요. 토요일 밤은 남편이 언제나 숙직을 하나 봐요. 일요일날 아홉 시가 지나서 돌아와요.”
“그렇군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닙니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단지 어떤 커플인가 해서요.”

“사이좋은 부부예요. 남자가 연하라서 오히려 잘 지내는 것 같아요.”

방으로 돌아와 식사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이번엔 가네스끼가 찾아왔다.

“산보를 오래 했군요.”

‘아아, 아유꼬의 방에 간 것은 아니가 하고 의심하고 있구나. 상황을 탐색하러 운 거야.’

마사오느 그렇게 생각했지만 가네스끼의 용건은 그게 아니었다.

“간장이 떨어졌는데 조금만 빌려 주지 않겠소?”

마사오는 안심하고 컵에 조금 따라서 건네 주었다.

역에서부터 그려진 약도를 가지고 유끼꼬가 찾아 온 것은 아홉 시가 지나서였고, 마사오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야아, 잘 왔군.”

유끼꼬가 들어와 문을 닫자 그와 동시에 마사오는 물었다.

“곧장 찾을 수 있었지?”

“예, 찾기 쉬었어요.”

유끼꼬는 세일러복을 입지 않고 사복인 흰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가슴엔 진홍빛 조화장미를 달고 있었다. 유끼꼬는 방을 둘러보았다.

“넓은데요.”

“청소를 이제 막 끝낸 참이었어. 이거 어디서?”

마사오는 조화를 우루만지며 물었다.

“학교에서 만들었어요.”

“그래? 전문가가 만든 것처럼 정교하군.”

“장미는 다른 꽃과는 달리 부풀리기가 어려워요.”

가지고 온 손가방에서 유끼꼬는 푸른 가지와 이파리가 달린 또 하나의 장미를 꺼냈다.

“저어, 이것을 드리겠어요.”

그것은 복숭아 색깔로 큰 것이었다.

“음, 예쁜데.”

마사오는 그것을 화병에 꽃아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마치 진짜 같군.”

30분쯤 지나 돌은 아파트를 나와 공원으로 향했다. 옛 성의 흔적이 있는 공원이 역의 반대쪽에 있고, 사찰과 숲과 연못이 있었다. 지진 때 피난처로도 이용되고 있는 곳이었다.

어제 찌에에게 이야기한 대로 보트를 탔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으므로 물 위에 떠있는 보트 수는 적었다.

“그 아파트, 방은 몇 개예요?”

“열 개 정도 되지 않을 까. 갖가지의 개성이 있지.”

연못 중앙에 작은 섬이 있고, 반달형의 다리가 걸려 있었다. 그 뒤에 한 쌍의 남녀가 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 다리를 향해서 곧장 나아가 다리 아래를 지나갔다. 연못가에서 낚시줄을 드리우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무엇을 낚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붕어나 메기겠지.”

마사오가 그렇게 대답했을 때 유끼꼬느 날카로운 소리로 말했다.

“위험해요!”

뒤돌아본 마사오는 이쪽을 향하여 전방에서 꽤나 빠른 속도로 똑바로 다가오는 보트를 보았다. 아차 하는 순간에 방향을 바꾸었다. 보트는 스쳐 지나갔다.

“미안합니다.”
저쪽은 큰 소리로 사과해 왔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타고 있었다. 보트놀이를 하고 있다기보다는 체육 연습인 노젓기를 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잠시 후, 노를 올려놓은 채 떠있는 보트를 지나갔다. 타고 있는 사람은 젊은 남녀로 남자는 위를 보고 누워 있고, 마주보고 있는 자리에는 여자가 큰 소리로 책을 읽고 있었다.

물가에 선 큰 나무가 위를 가리어 호수 면에 그늘을 이루고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 손을 쉬고 있으니까 한 척의 보트가 다가왔다. 한 쌍의 남녀 고등학생이었다.

“저, 미안하지만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 주시지 않겠습니까?”

승낙하고 카메라를 받아들었다. 카메라를 건네 준 그 보트는 밝은 빛이 내려쪼이는 장소로 나가 마사오를 향했다. 셔터를 누르고 손을 올리자 보트는 다가왔다. 카메라를 돌려 주면서,

“너희들 몇 학년들이야?”

라고 묻자 남학생은 빙긋 웃었다.

“2학년입니다.”

“그래, 제일 좋은 학년이군.”
“선배님은 대학생이신가요?”

“그래.”
“그런데 어째서 애인이 아닌 여동생하고 타고 있습니까?”

“여동생으로 보이니?”

“그렇지 않다면 조카겠지요?”

붙임성있는 듯한 학생이었다. 여학생 쪽도 미소짓고 있었다.

“야냐, 이 애는 내 고모야. 연하의 고모도 세상엔 많아.”
“야앗, 놀랍군요. 음, 그리고 보니 닮았어요. 그럼, 선배님은 장남의 장남이고 이 사람은 할아버지의 막내군요.”

머리회전이 빠른 학생이었다.

“응, 그런 셈이지.”

나무 위에서는 작은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고, 보트의 수도 늘어났다.

시간이 지난 뒤 보트에서 내려 공원 속의 수풀이 우거진 곳을 걸었다. 유끼꼬는 마사오의 팔짱을 꼈다.

“아까 그 고등학생, 닮았다고 했지?”

“예, 서로 얼굴형이 비슷하니까요.”
굽어지는 작은 길의 흙은 습기에 젖어 있었고, 군데군데 나무로 된 작은 벤치가 놓여 있었다.

“그 두 사람 어떤 사이일까요?”

“밝은 느낌이더군. 마치 연인들 같았어.”

숲을 빠져 나오자 모래를 깐 정원을 가진 찻집이 있었다. 그곳은 토산품 따위도 팔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자 아까 보트를 타고 아래로 지나쳤던 반달형의 다리가 보였다.

두 사람은 그 다리 위에 올라섰다. 수면에 뜬 보트의 수는 더욱 늘어나 있어다.

“이 연못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지.”
“그래요?”

“옛날 전국시대에 이곳의 성이 이웃 나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었지. 그때 공격하러 온 적군의 대장은 이곳 성주의 딸이 절세의 미인이라는 평판을 듣고 그 아가씨를 자기에게 주면 성을 함락시키지 않겠다고 제안했지. 성주나 중신들은 모두 여기에 찬성했지만 그 아가씨는 적에게 몸을 바치는 것을 거부하고 이 연못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거야. 섬에 있는 작은 집은 그 아가씨를 기려서 제사 지내는 곳이지.”
“그 아가씨는 몇 살이었어요?”

“16, 17세쯤이었을 거야.”

“그 아가씨는 좋아했던 사람이 따로 있었던 모양이죠?”

“글쎄, 없지는 않았겠지. 그러나 옛날의 여자들은 특별히 좋아하는 남자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런 인생을 택하는 경우가 있었어.”
“불쌍해요!”

공원을 나와서 손목시계를 보니 열두 시가 되었다. 두 사람은 근처의 국수집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 영화라도 볼까?”
“아뇨, 보고 싶지 않아요.”

“동물원은 어때?”

“전에 친구들과 가봤어요.”
유끼꼬는 젓가락을 놓고 눈을 크게 뜨며 마사오를 바라보았다.

“나, 어젯밤 잠을 별로 못잤어요. 오빠 방에 들어가서 한 시간쯤 잤으면 해요.”
밝은 눈빛이었다.

‘잠이 부족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태연하게 이야기해 오면 믿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 그렇게 하지.”

이대로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깥에서 놀다가 역까지 바래다주는 편이 무난하지만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위험한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사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파트 부근에 이르렀을 때 저쪽에서 아유꼬가 걸어왔다.

다가온 아유꼬는 인사를 생략하고 걱정되는 듯이 물어왔다.

“가네스끼 씨가 당신에게 무슨 실례의 말을 하지 않던가요?”

“오늘 아침에 말인가요?”

“예.”

“아니, 그렇지 않아요.”

“나한테는 끈덕지게 추궁하더군요. 아아, 지긋지긋했어요.”

유끼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등을 돌리고 울타리에 심어진 나뭇잎을 어루만지며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을 추궁하던가요?”

“아침 일찍 당신이 방에 들리지 않았나 하고 의심하는 거예요.”
“그 편지 사건 이래 의심이 깊어진 거로군요.”
“성껵 탓이에요. 지금은 내 방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어요. 점심을 먹여야 해요.”

아유꼬는 시장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그래서 시장보러 가시는 길이군요.”

아유꼬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젠 정말 지긋지긋해요. 헤어지고 싶어요.”

그런 뒤 유끼꼬를 돌아보았다.

“저 아이의 가정교사를 하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아유꼬와 헤어지고 나자 유끼고가 물었다.

“같은 아파트에사는 여자예요?”

“아니, 아파트에 사는 남자의 애인이야. 세상에는 별의별 연인들이다 있지.”
“마사오는 유끼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저 여자와 그 연인의 경우는 별로 아름답지가 못해.”
“하지만 저 여자는 오빠를 좋하하는 것처럼 보이던데요.”

“그래?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지?”

“그냥 그 눈에서 그런 걸 느꼈어요.”
“학생과 사귀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럴 거야.”

유끼꼬와 만나게 되면 어떻게 대접하는 게 좋을까를 아침 산보 때에도 마사오는 생각하고 있었다. 무난하게 대접하자면 무엇보다도 성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피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가능한 한 최소한도의 범위로 줄여야 한다. 마사오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타일렀다.

잠시 후 방으로 들어온 마사오는 곧바로 창가로 갔다. 창문을 열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그의 팔을 부여 잡으며 유끼꼬가 토라져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다.

“싫어요.”

“뭐가?”

“오빠는 나를 대하는 것이 여느 때와 틀려요.”

“그럴 리가 있나.”

마사오는 유끼꼬의 어깨에 한쪽 팔을 얹었다.

“틀리지 않아.”
“아냐, 좀 쌀쌀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
그제서야 유끼꼬가 잡은 손을 풀었다. 마사오는 그 손으로 유끼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끼꼬, 수면부족이어서 신경과민인 것 같군. 이불을 깔아 줄 테니 좀 자도록 하는 게 좋겠어.”
유끼꼬가 안겨오자 마사오는 자신의 가슴에 그녀의 뺨을 밀착시켰다. 자연히 마사오도 유끼꼬의 등을 껴안은 형상이 되었다.

‘그래도 애무만 하지 않으면 된다.’

보통의 호색한인 남자라면 순진한 소녀와의 사이를 거기까지 진행시키려고 부심할 것이다. 그러나 마사오는 거기서 무거운 의무감을 느껴야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은밀하게 그것을 바라고 있는 부분도 있었다.

점차 후자 쪽의 욕망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의식해야 했다.

상기되어 달아오른 얼굴이었다.

유끼꼬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입맞춤을 요구해 왔다.

입술을 포개는 유끼꼬의 팔에 힘이 모아졌다. 입술을 빨아들이는 것을 마사오는 느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마사오에게서 성교육을 받고 있는 유끼꼬는 다만 관념적으로 밖에 성을 알지 못하는 다른 소녀들과는 그 행위 자세가 다른 것이 당연했다.

“이불을 깔아 줄게.”
유끼꼬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고 두 사람의 붙어 있던 몸이 떨어졌다.

마사오는 창을 열고 바깥에 말려 두었던 이불을 꺼내 창 가까이에 깔았다.

유끼꼬는 이불 펴는 것을 도왔다. 그리고 베개 하나를 중앙에 놓았다.

“자아, 이제 옷만 벗고 누우면 돼. 나는 조용히 책을 보고 있을 테니까.”

“예, 고마워요. 문을 잠구었으면 해요.”
“그래, 그렇게 하지. 그리고 누가 찾아오면 복도로 나가 이야기할 테니 안심해도 돼.”
유끼꼬는 속옷 차림이 되었다. 조금도 수줍어하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점은 역시 어린애다웠지만, 그래도 유방이 제법 부풀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탓에 유두의 정점이 뚜렷했다. 그런 점에서는 아직 어린애다웠다.

유끼꼬는 편하게 드러누웠고, 문을 잠그고 돌아온 마사오는 그 베갯머리에 앉아 눈을 뜨고 있는 유끼꼬의 두눈을 손으로 쓰다듬어 감기게 하고 말했다.

“한숨 자고 나서 영어공부라도 하도록 할까?”

위선적인 말이라는 걸 의식하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정말로 어젯밤은 제대로 못잤어요.”

마사오는 유끼꼬의 뺨을 어루만졌다. 투명한 홍조를 띤 소녀다운 뺨이었다.

“그래, 푹 자도록 해.”

“오빠도 이리로 와요.”

“그럴까?”

이제까지의 경위를 생각해 볼 때 만약 거절한다면 유끼꼬가 마음 상해 할 것이 틀림없으니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마사오는 스스로에게 변명했다.

마사오는 유끼꼬 옆에 누워 팔베개를 해주었다.

유끼꼬는 마사오 품에 안겨왔고, 마사오는 아기를 재우듯 유끼꼬의 등을 토닥거렸다. 언제 잠들었는지 잠시 후 새근새근 하는 숨소리만이 마사오의 품안에서 들려왔다.

‘미동도 없이 이렇게 잠든 걸 보면 아까 한 말이 거짓은 아닌 모양이군.’

마사오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았다. 두 시가 조금 지나있었다.

몸을 움직이면 잠을 깨울 것 같아 그대로 눈을 감고 규칙적인 숨소리를 들으면서 마사오는 생각했다.

‘이렇게 얌전히 안심하고 잠들어 있는모습이 역시 어린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사오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두 사람은 다섯 시에 일어났다. 유끼꼬는 창가에서 빗을 빗었다.

“정말 잘 잤어요. 오빠, 또 와도 괜찮아요?”

“괜찮긴 하지만 할머니께서 이상하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괜찮아요.”

방을 나올 때 유끼꼬는 마사오에게 입술을 내밀며 눈을 감았다.

짧은 입맞춤 뒤 마사오는 유끼꼬의 어깨를 안고 문으로 향했다.

“자, 역까지 바래다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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