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39)
-김영춘의 '홍도야 울지마라'
*네이버 이미지에서
*통영 누추한 '운형산방(토굴)'에 서있는 복사꽃(돌복숭)나무(20년 전 '연대도' 섬에서 옮겨 옴)
'홍도야 울지 마라' 곡은 일제 치하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남매의 기구한 삶을 노래한 것이다. 그것은 화류계 여성들의 탄식이자 서민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항변이기도 하였다.
('쾅' 징소리와 함께)
"부모를 일찍 여읜 홍도는 오빠의 학비를 벌기 위해 기생이 된다.
대학을 졸업한 오빠가 순사 시험에 합격하자 화류계 생활을 청산하고 시집을 갔지만, 과거가 탄로 나면서 시어머니의 심한 학대를 받고 쫒겨나게 된다.
유학을 다녀온 남편마저 자신을 외면한 채 부잣집 딸과 약혼을 하자 이성을 잃은 홍도는 시집 식구들에게 칼을 휘두르다 체포되는데, 아, 이때 홍도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형사가 바로 오빠였던 것이었으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북받치는 감정과 회한으로 홍도는 오열하고 오빠는 눈물어린 노래를 목메어 부르는 것이었다. "
신파극에 많이 회자되는 대사의
한구절을 읊어 보았다.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1970년대까지도 이 땅의 숱한 누이들은 가족의 생계를 도우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많았다. 대도시의 여공과 버스 안내양이 되거나 부잣집 식모살이를 하면서 신산한 삶을 견뎌냈다. 더러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술집과 유흥가를 전전하며 불행한 삶의 굴레에 몸부림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홍도야 울지마라'는 바로 그런 그들의 삶을 대변하는 노래였던 것이다.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광복 후에도 그리고 70ㆍ80년대에도 대폿집 주안상에 둘러앉아 젓가락 장단에 삶의 애환을 실어 부르던 국민애창 가요와 다름이 없었다. 구성진 가락에 손님과 주모가 함께 떼창을 부르며 저마다의 시름을 달래곤 했었던 시절. 필자 역시
골목 선술집에서 지인들과 막걸리잔 기울이며 두드렸던 젓가락 장단 생각이 새롭다. 그 계기로 늦게나마 드럼채를 잡게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1936년 7월 극단 청춘좌가 서울 동양극장에서 무대에 올린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는 신파극의 주제가를 당시 스무 살이였던 김영춘이 불러 이 노래의 첫선을 보이게 되었다.
#산문
※[무릉도원 떠올리는 복사꽃]
우리들에게 복숭아는 맛이 그저 그만인 열매를 부르는 말이지만 복숭아꽃은 아무리해도 복사꽃이라 부를 때 더욱 제격인 듯하다.
중국이 원산지인 복숭아는 우리와의 인연도 유구한 만큼 금도(金挑), 백도(白桃), 화도(花桃), 수밀도
(水蜜桃), 선과(仙果) 등 그 이름 또한 다양하다.
꽃잎이 여러 겹으로 중첩된 만첩백도와 만첩홍도는 꽃을 보기 위해 심는다. 아담한 키에 부챗살처럼 멋대로 벌어진 듯 촘촘한 가지, 소복소복 핀 연분홍 색 꽃잎이 봄바람에 흔들려 복사꽃비라도 내리는 것을 보면 옛 사람들이 그토록 입에 올렸던 무릉도원이나 별유천지, 선경(仙境)을 이해할 것 같다.
복사꽃은 우리 조상들이 가장 좋아하던 꽃 중에 하나였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봄철이 되면 진달래, 개나리꽃과 함께 복사꽃, 살구꽃이 유명하였다.
복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같이 느껴지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이다. 복사꽃은 고향에 피어있는 꽃이며, 꽃그늘 아래에서 소꿉놀이 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복숭아는 우리 조상들에게 중요한 음식 가운데 하나였으며, 서정적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심미적 대상이었으며, 장생불로의 묘약이었으며, 귀신을 쫓는 신통력을 가진 나무이기도 하였다.
도연명이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이상향으로 표현한 뒤로 많은 사람들이 복사꽃을 별천지의 꽃으로 노래했다. 송찬호 시인은 "옛말에 꽃 싸움에서는 이길 자 없다 했으니 / 그런 눈부신 꽃을 만나거든 먼저 피해 가라 했다"고 은유적으로 예찬하고 있다. 무리져 핀 연분홍색 복사꽃에 마음 흔들리지 않는게 이상한 것이 아닐까? 모든 꽃은 흔히 여인을 상징한다지만 특히 복사꽃은 맑고 아름다운 여성을 상징했다. 도색(桃色)이란 말은 원래 복사꽃 빛깔인 연분홍꽃을 가르켰으나 근래엔 이보다 여색(女色) 또는 남녀 사이의 정사에 관한 것을 의미하는 성격이 강하게 되었다.
도색 사진, 도색 영화 등의 말은 다 이러한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미인의 양 볼에 띤 색채를 일러 도화색에 비유하기도 한다.
복숭아 열매는 산모가 아기를 가지면 먹는 과일의 하나로 잉태의 상징이기도 했다. 먹기는 개량한 외래종이 좋으나 약효에는 토종의 복숭아가 더 좋다고 한다. 복숭아는 흔히 먹는 과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목적 민간약이다.
복숭아씨를 비롯, 나뭇가지, 뿌리, 꽃잎에 이르기 까지 약으로 쓰이지 않는 것이 없다. 한방에서는 혈약으로 귀하게 다루어 왔고, 폐 계통 환자들에게는 말할 수 없이 좋은 보약이다. 중국의 4대 기서의 하나인 '서유기'를 보아도, 손오공이 하늘나라로 올라가서 천도를 따먹고 그 무서운 힘과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삼천년을 살았다는 동방삭도 천도를 세 개 먹고 그렇게 긴 수명을 얻었다고 하듯이 복숭아는 장수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김수로 왕의 왕비가 된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왕옥도 바다건너 올 때 복숭아와 대추를 가지고 왔다는 설도 있다. 여기서 복숭아와 대추는 자손 번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조선시대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이름처럼 복사꽃이 만발한 땅을 풍요와 평화가 깃든 꿈과 이상향의 세계로 표현하고 있는 판타지적 요소가 다분한 작품이다.
복사꽃이 피고 진다. 봄비에 젖어 흩날리며 떨어지고 있다. 덧없이 흘러가버린 세월, 회한 어린 청춘의 한 자락, 어느 봄 날 떠나가 버린 첫사랑의 연인 등 등 아스라한 추억을 되살아나게 하는 꽃이 지고 있다. 곱디고운 계절이 이렇게 또 흘러가고 있다. 꽃이 피어 있는 기간도 너무 짧다니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인가? 그러나 모든 것은 자연의 이치이니 꽃을 피게 한 비에 찬사를 보내고, 꽃을 지게 한 바람을 미워 할 일도 아닐지니 우리의 인간사도 이와 별 다를 게 있을까마는. 어느 시인이 읊은 "절절하게 그리워지는 꽃이라면 / 못 견디게 그리워서 지는 그늘이라면 / 서러워마라 / 세상 천지 꽃그늘만큼 환한 그늘이 / 또 있겠느냐" 는 시 한 구절과 예전엔 기녀의 이름에 '도(桃)' 자가 흔했는데 "사랑을 팔고 사는 꽃바람 속에 / 나 혼자 지키려는 순정의 등불 / 홍도야 울지마라 오빠가 있다 / 아내의 나아갈 길을 너는 지켜라" 는 김영춘이 부른 '홍도야 울지마라' 한 곡조로 가는 세월을 위로해 본다.
*'김영춘 - 홍도야 울지마라 (1939)'
https://youtu.be/-TKc3w5v12g
**'홍도야우지마라Don't cry Hongdo (황진이) Harmonica G'
https://youtu.be/wJpkbag88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