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처절한 반성의 기록,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작성자운형|작성시간26.06.20|조회수30 목록 댓글 1

#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68)

 

《가장 처절한 반성의 기록,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나 같은 죄인 살리신)'를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경건하고 평화로운 교회나 엄숙한 추모의 현장을 연상한다. 하지만 이 위대한 찬송가의 고향은 역설적이게도 어둡고 비참하며 피비린내 나는 '흑인 노예선'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곡의 노랫말을 쓴 사람은 18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목회자인 존 뉴턴(John Newton, 1725~1807)이다. 그의 청년 시절은 감동적인 찬송가와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거친 바다 위에서 자란 그는 도덕적으로 타락한 삶을 살았으며, 급기야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들을 잡아다 미국과 유럽에 파는 노예선의 선장이 되었다. 인간을 물건처럼 취급하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그에게는 한 조각의 양심 가책도 없었다.

 

 ​그러던 1748년 3월 10일, 그가 탄 노예선 '그레이하운드호'가 북대서양에서 거대한 폭풍우를 만나게 된다. 배는 순식간에 파손되었고 물이 차올라 침몰하기 직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거친 바다 위에서 죽음의 공포에 직면한 존 뉴턴은 평생 처음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기도를 터트렸다.

​"주님,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기적적으로 배는 침몰을 면했고, 그는 무사히 살아남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뉴턴은 이 날을 자신의 '제2의 탄생일'로 삼았다. 비록 생계를 위해 몇 년간 노예선 일을 더 지속하긴 했으나,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바다를 떠났다. 이후 독학으로 신학을 공부한 그는 1764년, 서른아홉의 나이에 성공회 신부(목사)가 되어 영국의 작은 마을 '올니(Olney)'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가 목회자가 된 지 몇 년이 지난 1772년 12월, 뉴턴은 다가오는 새해 첫 예배(1773년 1월 1일)에 성도들과 함께 부를 시를 한 편 썼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방탕했던 과거와 그 모든 죄를 사해준 신의 은총을 고백한 'Amazing Grace'였다.

​"Amazing grace! how sweet the sound" (놀라운 은혜, 그 소리 얼마나 감미로운가)

​"That saved a wretch like me!" (나 같은 비참한 죄인을 구원하셨네)

​그는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죄를 평생 참회하며 살았고, 노년에는 영국 사회의 노예제 폐지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그의 참회와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에, 이 노랫말은 단순한 종교 시를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는 힘을 갖게 되었다.

 

 ​이 가사는 단순히 듣기 좋은 노래가 아니다. 한 인간이 자신의 과오를 뼈저리게 뉘우치고, 신 앞에 부끄러운 고백을 털어놓은 직접적인 참회의 기록이다. 제 3자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삶을 통째로 내던진 고백이기에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다.

 

 ​이 곡의 멜로디는 또 다른 거대한 아픔과 맞닿아 있다. 1830년대, 미국 정부의 강제 이주 명령으로 고향에서 쫓겨나 척박한 오클라호마로 향했던 인디언 체로키(Cherokee) 부족의 역사다.

​그들이 걸었던 수천 킬로미터의 여정은 추위와 굶주림, 전염병으로 가득 찬 '눈물의 길(Trail of Tears)'이었다. 무려 4천 명이 넘는 이들이 길 위에서 목숨을 잃었다. 부모를 묻고, 자식을 묻으며 절망의 끝에 서 있을 때, 체로키 부족민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불렀던 노래가 바로 이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선율이었다.

​백인들이 전해준 노래였지만, 그들은 그 슬픔을 원망이나 분노로 되갚지 않았다. 오히려 그 서글픈 멜로디 속에 자신들의 영혼을 담아, 삶의 거대한 슬픔을 그대로 껴안았다. 그 어떤 억압과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으려는 자비로운 수용의 위대한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이들을 길가에 묻으며 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자신들의 언어로 번역해 불렀다. 백인들이 전해준 기독교의 노래였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백인들에게 고통받는 순간에 자신들의 영혼을 달래고 생존의 의지를 다지는 찬가가 된 것이다. 오늘날도 체로키 부족에게 이 노래는 사실상의 '국가(國歌)'처럼 여겨지고 있다.

 

 가장 최근의 감동적인 순간은 2015년 6월에 있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한 흑인 교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9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는데,

​추도식에 참석한 당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사실 본 시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은 추도사를 이어가던 중,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Amazing Grace'를 부르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독창에 영부인을 비롯한 장내의 모든 참석자, 그리고 흑인 목회자들이 하나둘씩 소리를 합쳐 거대한 합창을 만들어냈다.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찼던 미국 전역이 이 노래 한 곡으로 인해 용서와 화합의 자리로 나아가는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1960년대 미국 흑인 민권 운동의 현장에서도 이 노래는 울려 퍼졌다.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비롯한 수많은 인권 운동가들이 자유와 평등을 외치며 이 곡을 불렀는데,

​특히 1970년, 포크 가수 주디 콜린스(Judy Collins)가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담아 악기 반주 없이 목소리만으로(A Cappella)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대중음악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녀의 맑고 처연한 목소리는 베트남 전쟁으로 상처받은 미국 사회를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할 때 가장 깊은 감동을 주는 악기 중 하나는 단연 '백파이프(Bagpipes)'라고 얘기들 한다. 스코틀랜드의 전통 악기인 백파이프 특유의 지속음과 거칠면서도 애절한 음색은, 거친 풍랑을 헤치고 살아남은 존 뉴턴의 거친 삶과 닮아 있다. 영국의 군인들이나 전사한 이들의 장례식에서 백파이프로 연주되는 이 곡을 들으면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뜨거운 눈물이 차오르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멜로디는 처음부터 존 뉴턴이 쓴 가사와 짝을 이뤘던 것은 아니다. 초기 영국에서는 이 가사에 여러 가지 다른 곡조를 붙여 불렀다. 이 시가 진정한 생명력을 얻고 세계적인 명곡으로 거듭난 것은 미국 대륙으로 건너간 이후였다.

​19세기 초, 미국에서는 대규모 종교 부흥 운동인 '대각성(大覺醒) 운동'이 일어났다. 이때 뉴턴의 가사는 미국 남부에서 구전되던 서정적인 민요 선율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1835년, 미국의 작곡가 윌리엄 워커(William Walker)가 전래 민요에 뉴턴의 가사를 얹어 '뉴 브리튼(New Britain)'이라는 곡명으로 악보집에 수록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날 귀에 닳도록 듣고 있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멜로디이다.

 

 ​이 곡이 종교와 국경, 인종을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다가오는 비결은 바로 '5음계(Pentatonic Scale)'에 있다고 한다. 이 곡은 서양 음악의 '도레미파솔라시' 7음계 중 '파'와 '시'를 제외한 '도, 레, 미, 솔, 라'의 다섯 가지 음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한국의 전통 오음계(궁·상·각·치·우)나 전 세계 많은 민요의 기반이 되는 이 5음계는 인간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끼는 소리다.

​'파'와 '시'라는 반음 관계의 불안정한 음이 배제되어 있어, 멜로디가 물 흐르듯 부드럽고 평화롭다. 이 단순하면서도 완벽한 선율 구조가 듣는 이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깊은 위로를 건네는 것이다.

 

 ​노예선 선장의 참회록에서 시작해, 인디언의 눈물 고개를 넘어, 현대인의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기까지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이제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인류가 가진 '용서와 회복의 힘'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역사가 되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는 하모니카로 불었을 때, 특유의 애잔하면서도 따뜻한 음색이 극대화되는 최고의 곡 중 하나이다. 

"이 곡은 4분의 3박자 곡으로써,

이 곡을 연주할 때  '쿵-짝-짝' 하는 리듬을 마음속으로 타되, 너무 딱딱하게 끊지 말고 밀물과 썰물이 밀려오듯 부드럽게 연결하며 부는게 좋습니다.

​음을 처음 불거나 마실 때 '툭' 치듯이 세게 불어넣듯 하지 말고, 바람을 스르륵 불어넣듯 부드럽게 시작하세요. 음이 길게 끌어지는 부분에서는 하모니카를 쥔 손을 부드럽게 흔들어 손 비브라토를 주거나, 복식호흡으로 음을 떨며 잔잔한 파도를 만들어주면 감동이 배가 됩니다.

트레몰로 하모니카를 쓴다면 특유의 아련한 울림을 그대로 살리면 되고, 다이아토닉이나 크로매틱을 쓴다면 음을 살짝 떨어뜨리는 '벤딩' 기법을 아주 살짝만 가미해도 블루스나 소울 느낌이 나는 아주 멋진 연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곡에 얽힌 자비와 용서의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한 음 한 음 정성스럽게 호흡을 불어넣으신다면,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최고의 연주가 될 것입니다"

라고 열성적인 하모니카 강사선생님은 자상하게 코치해 주신다.

이 곡을 크로매틱으로 연중한 '3중주 합주'도 멋있었다.

 

 장마​비 오는 이 아침에, 창밖을 바라보며 이 곡을 하모니카나 팬플룻이나 플룻, 오카리나나 색소폰,

바이올린, 첼로 등 각자가 즐겨 연주하는 악기에 담아 연주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소박한 오음계의 행간마다 녹아 있는 인간에 대한 자비와 사랑의 메시지가

혼돈의 시기를 살아가는 현실이, 힘겹고 무겁게 느껴지는 우리 모두에게 따스한 위로로 가닿기를 소망하면서,

모두의 마음 속에 강같은 평화넘치는 은혜로운 시간되기를 기원하면서,

우리 모두 결코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 눈밝은 지혜로움을 갈망하면서.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JUDY COLLINS - "Amazing Grace" with Boys' Choir Of Harlem 1993

https://youtube.com/watch?v=p5NCyuRhoGY&si=z0Dm7XOQ-UeWGN2S

 

**[Amazing Grace] 크로매틱 하모니카 연주 홍승희

https://youtube.com/watch?v=FTqs49J5Pnc&si=p6ZUSrnO2aph9P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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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설해 에요 | 작성시간 2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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