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69)
《그리움이 라디오를 타고 흐를 때,
카펜터스의 '예스터데이 원스 모어(Yesterday Once More)'》
*네이버에서
가끔은 세상의 모든 소음이 멈춘 늦은 밤, 유난히 마음의 서랍을 뒤적이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손때 묻은 낡은 일기장을 펼쳐보듯, 우리를 단숨에 빛나던 청춘의 한복판으로 데려다주는 매개체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 '음악'일 것이다.
'예스터데이 원스 모어'는 1973년에 발표된 카펜터스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Now & Then'의 타이틀 곡이다. 이 곡의 탄생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펜터스라는 팀의 중심축이었던 리처드 카펜터(Richard Carpenter)와 카렌 카펜터(Karen Carpenter) 두 남매의 특별한 유대감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팀의 음악감독이자 천재적인 편곡자였던 오빠 리처드 카펜터는 어느 날, 동생 카렌의 목소리가 가진 독보적인 매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곡을 고민하고 있었다. 카렌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묘한 슬픔을 머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알토 보이스는 서정적이고 호소력이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리처드는 동료 작곡가인 존 베티스(John Bettis)와 함께 머리를 맞댔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추억'과 '라디오'였다. 1950년대와 60년대, 청소년 시절을 보내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자란 자신들의 경험을 노래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예스터데이 원스어'이다.
이 곡의 가사 내용은 어린시절 라디오 앞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따라 불렀던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라디오 시대의 추억을 담고 있다.
카렌 카펜터의 청아하면서도 깊이있는 목소리는 라디오를 들으며 따라 부르던 소녀의 순수하고도 쓸쓸한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첫 소절의 나직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When I was young, I'd listen to the radio..." 하고 시작되는 노래를 들을 때면,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아련한 향수가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당시 청장년층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삽입되어 젊은 층에게도 재조명되기도 하였다.
카렌은 보컬 이미지에 묻혀 많이 간과되지만, 역대 최고의 드러머를 꼽을 때도 절대로 빠지지 않는 인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의 카펜터즈로 불린 이성애가 작사가 신동운 번안, 여대영 편곡으로 '옛날처럼'이란 제목으로 나온 노래로 리메이크되었다.
지금도 추억 회상용 BGM으로 많이 쓰이는 곡이다.
이 노래는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한 팝송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청춘의 이정표이자 지나간 날들에 대한 아름다운 찬가이다. 2026년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아도 이 곡이 가진 멜로디의 생명력은 여전히 푸르기만 하다.
우리가 그 시절 그토록 사랑했던 노래가 아닌가.
즉, 이 곡은 지나간 세대의 아름다웠던 대중음악에 바치는 헌사이자, 오직 동생 카렌만을 위해 오빠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맞춤 양복 같은 노래였다. 카렌은 오빠가 선물한 이 멜로디 위에 자신의 영혼을 얹어 부르기 시작했다.
"그땐 참 행복한 시절이었고,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닌데… 그 행복했던 시간들이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궁금해져요."
가사를 조용히 음미해 보면, 이 노래가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는지 알 수 있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옛 노래를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고는, 가사 한 줄 한 줄을 따라 부르며 눈물짓는다. 그 시절의 사랑 노래들이 지금의 자신을 위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많은 것이 변해버린 현재의 처량함을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정확히 꿰뚫은 기획력의 승리이자, 카펜터즈 음악의 상징과도 같은 곡이라 할 수 있다.
카렌 카펜터의 보컬은 이런 감정들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따스하게 감싸 안아주는 듯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을 서늘하게 만드는 그녀의 천상의 목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저마다의 '가장 아름다웠던 어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실제로 이 곡은 발표되자마자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올랐고, 영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도 라디오 방송 횟수 1위를 놓치지 않는 '청춘의 송가'가 되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을까. 노래의 엄청난 성공과 대중의 사랑은 남매에게, 특히 동생 카렌에게 거대한 왕관의 무게가 되어 돌아왔다. 완벽주의자였던 그녀는 대중의 시선과 외모에 대한 압박감 속에서 지독한 거식증(섭식장애)과 싸워야 했다.
언제나 무대 위에서 전 세계인을 위로하는 노래를 불렀던 그녀였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속 아픔은 치유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1983년 2월, 카렌 카펜터는 서른둘이라는 너무나 젊고 눈부신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녀의 비극적인 이별은 이 노래를 한층 더 애틋하게 만들었다. "Yesterday once more(어제가 다시 한번만 더)"를 목놓아 부르던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슬픈 예언처럼 남아, 우리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적신다.
이 노래가 우리의 가슴에 와닿는 진짜 이유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가고 싶은 어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치고 고단한 삶의 여정 속에서, 순수하게 사랑하고 꿈꾸었던 그 시절의 나를 만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구원의 순간과도 같다.
카펜터스의 이 노래는 우리들 마음속 가장 연약하고도 아름다운 응달을 조근조근 흔들어 놓고 있다.
카렌 카펜터는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숨결은 여전히 라디오의 주파수 사이를 흘러 다니며 "Sha-la-la-la", "Shing-a-ling-a-ling" 하는 경쾌하고도 아련한 후렴구로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오늘 '마음의 라디오 다이얼'을 추억의 주파수에 맞춰보는 것은 어떠할지. 먼지 쌓인 기억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청춘의 내가, 흘러나오는 선율을 따라 반갑게 손을 흔들어 줄지도 모를 일이지 않는가. 그때 그 노래가 다시 한번 내 삶에 찾아와 속삭이듯이 말하면서.
이 곡을 만약 하모니카로 연주한다면, "하모니카 악기 'F'키로 불고,
중간부터 끝부분은 '옥타브' 기법으로 분다면, 소리는 순식간에 더욱 입체적으로 풍성해지고 웅장해진다.
이렇게하면 빛바랜 흑백 사진이 아니라 햇살이 화사하게 내리쬐는 봄날의 기억 같은 예쁘고 반짝이는 감성이 연출된다"고 하모니카 고수님이 꿀팁을 주신다.
마치 혼자 불고 있는데, 뒤에서 오케스트라나 코러스가 감싸 안아주는 듯한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다.
모든 것이 변해버린 오늘 속에서
그 노래는 여전히 바래지 않은 외딴섬이다. 후렴구가 흐를 때면 신기하게도 가장 눈부셨던 화양연화 '그때'로 시간은 타임머신을 탄다.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더 애틋한,
소리 내어 부르면 눈물이 고이는 이름들, 노래가 끝나기 전까지는
우리는 여전히 그 시절 그 자리에 서 있을 듯 하다.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The Carpenters - Yesterday Once More (INCLUDES LYRICS)
https://youtube.com/watch?v=YTaWayUE5XA&si=hpSejNNTQiMjz8XV
**Yesterday Once More -이예영밴드
https://youtube.com/watch?v=LvrFYNSd5X0&si=8dOWnQrgDBKSBDv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