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뿔은 팽이채다 깊은 밤 두 뿔로 달을 후려치는 달팽이 얼얼얼 저 순하디 순한 물렁한 달팽이한테 얻어맞고 달 돌아간다 月 月 月 때로 턱이 빠져 반 도막 달이 돌아간다 달달달 달과 팽이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우겨도 달팽이는 달, 팽이
---------------------------------------------------------------------------------------------------
< 시 감상 > 김수영의 시 가운데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게 있다. 팽이 돌리는 게 달나라의 장난 같다는 내용인데, 이 시를 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 달팽이는 “달”과 “팽이”의 결합이다. 제 몸의 뿔(실제로는 더듬이 끝에 달린 눈이다)로 제 집(=팽이)을 후려치니, 달이 돌아간다. 처음에는 얻어맞아서 턱이 “얼얼”하고, 그 다음엔 만월이어서 “月 月 月” 돌더니, 반달이 되자 턱이 빠져서 위태롭게 “달달달” 돈다. 휘영청 밝은 달이 그냥 밝은 게 아니구나. 제 몸을 위태롭게 지탱하면서 팽팽 도는 것이구나. 김수영은 팽이가 “수천 년 전의 성인(聖人)”과 같다고 썼다. 제 몸을 쳐 끊임없이 복종시키는 신독(愼獨)의 주인공이니 그럴 수밖에. 앞으로 에스카르고(프랑스식 달팽이 요리) 먹을 때엔,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자문해볼 일이다. 나는 얘처럼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 걸까? <권혁웅·시인>
다음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