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2.20
우리 학교에 축하할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학교 이야기] 147번에 나오는 " 3학년 6반을 방문한 서생원은 누구 ? " 라는 글에 나오는 주인공인 서생원을 드디어 박멸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며칠 전부터 이상하게 우리 교무실에 서생원의 횡포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교무실 의자 밑을 과감하게, 그리고 서슴없이 활보하는 서생원때문에 안재선선생님이 비명을 지르고, 남자선생님인 양일선생님도 얼굴은 물론 귀 밑마져 빨개져서 비명을 올리고, 안범준선생님과 이효숙선생님의 책상 설합 속에 들어가 휴지며,커피믹스를 갉아 놓아 설합 속의 물건을 버리게 하는 등등 지구의 종말이 왔는가, "막가파"식 만행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서생원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교무실 안에 형성된 것입니다.
그냥 예전처럼 교실 복도를 산책(?)하기만 한다면 그런 대로 애교로 봐 줄 수 있지만, 감히 신성한 성역인 교무실마져 유린하겠다는 서생원의 의지를 좌시할 수 만은 없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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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작전으로 교무실 벽 쪽에 쥐틀을 2대 놓고, "먹음직스러운 북어 조각"을 미끼로 썼습니다. 표현이야 "먹음직스러운 북어 조각"이라고 썼습니다만 내가 보기에도 삐쩍 마른 북어 조각은 결코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선지 2,3일이 지나도록 쥐틀 속에는 서생원이 보이지 않았고, 1단계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좌절한다면 "의지의 상일여고 선생님들"이 아니겠지요.
2단계 작전은 돈깨나 써서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즉, 참치 캔도 한 통 사고, 약국에서 쥐약도 한 병 샀습니다.
쥐약을 먹은 쥐들이 컴컴한 곳에 기어 들어가 죽어 썩는다는 반대 여론도 있었습니다만, 요새 쥐약은 거꾸로 밝은 곳에 나와 죽게 만든다는 최신 이론이 우세해서 -그래서 과학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이지요- 먼저 하얀 종이 위에 푸른 싸인펜으로 "쥐약" 이라고 큼지막하게 써서 안전 조치를 취한 다음, 이 방면에 경험이 많다는 류해룡특활부장께서 앞장 서서 비빔밥 먹을 때 고추장과 참기름을 밥과 나물에 정성들여 비비는 것처럼 참치 캔에 쥐약을 쏟은 후 백일 기도 드리는 심정으로 정성스레 비볐습니다. 쥐들이 잘 다니는 통로, 즉 벽 쪽으로 세 군데에 종이를 깔고 먹음직스럽게 참치를 담았습니다. 물론 비명을 질렀던 문제의 그 선생님들의 의자 옆에 쥐약을 놓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또 택일도 세심하게 배려했습니다.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기념할 겸, 겸사겸사 18일 퇴근 무렵에 쥐약을 놓으면 18일 저녁 때부터 시작하여 선생님들이 출근하는 20일 아침까지, 가만 있자 그러니까 정확히 2박 3일, 시간으로 계산하면 39시간 동안 아무리 영악한 서생원이라 하더라도 참치의 유혹을 견딜 수가 없으리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드디어 20일 아침은 밝았고, 두근 반 세근 반 뛰는 심장 소리를 똑똑이 들으며 교무실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교무실을 수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 초 후,
앗 !!!
이귀준부장선생님 밑에 네 다리를 나란히 한 채 모로 쓰러져 죽은 문제의 서생원을 발견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사방에 흩어졌던 선생님들이 모여 들고, 누구의 입에선가 애국가가 울려 나오면 좋았겠는데 아쉽게도 애국가 제창은 없었습니다.
하여튼 마음 속으로는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고 믿고 싶습니다.
서생원 박멸작전은 대성공으로 끝났고, 교무실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 왔고, 마지막으로 그동안 정들었던 서생원의 명복을 진심으로 비는 절차만 남았다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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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사항 : 행정실에서도 3마리, 상담실에서도 1마리 박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