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토요일 아침,
잠실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려고 올림픽공원에 왔습니다.
13학급 482명,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10명 더 많지만 반반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잠실중학교는 송파구에 있는 학교 중에서 공원에 봉사활동을 가장 많이 오고 있는 우수학교입니다. ^^^
엊그제 태풍 곤파스의 횡포(?)로 난장판이 된 올림픽공원,
부러지고 찢겨나간 나무만 500그루 가까이 된다고 하니 오늘의 봉사활동은,
부러진 나뭇가지 주워 길가에 쌓아 치우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됩니다.
나와 함께 봉사활동을 할 학급은 8반 37명,
봉사활동 장소는 내가 조각작품 해설을 하고 있는 소마미술관 주변,
힘센 남학생들은 나뭇가지를 치우고,
연약한(?) 여학생들은 잔디마당에 돋아 있는 잡초를 뽑기로 역할 분담을 했습니다.
(혹시 여학생들이 다칠까봐 잡초 몇 포기 맨손으로 뽑아 보았더니 쉽게 뽑혀 안전사고 염려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상품으로는 봉사활동 주간쯤 휴식시간 때 조각작품 몇 점 해설을 해 주는 것으로 내가 정했습니다. ^^^
얼굴 가득 웃음을 띄고 있는 첫 인상이 좋은 최용주 담임선생님이 남학생을 맡고,
나는 여학생들과 함께 미술관 앞 너른 마당에 돋아 있는 잡초를 뽑았습니다.
마침 구름이 해를 가려 초가을 따가운 햇살을 막아 주었고,
여학생들도 열심히 자연보호운동을 겸해 잡초를 많이 뽑아 주었습니다.
개미가 무섭다고, 도망 가는 한 여학생의 해프닝도 있을만큼,
잡초 뽑기는 드높은 깔깔 웃음과 함께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뭇가지를 치운 남학생들이 돌아오고 나무 그늘 아래서 잠깐 휴식을 취했습니다.
최용주담임께서 반 학생들에게 팥빙수 '쏜다고' 선언하자 학생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내가 약속했던 조각작품 해설은 팥빙수 먹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학생들과 함께 롯데리아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롯데리아엔 손님이 너무 많아 팥빙수 대신 음료수를 주문했는데도,
40명 가까운 우리 일행 앞에 음료수가 다 놓이기까진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습니다.
잠실중학교의 교가 가운데 " 나라의 기둥 될 아들 딸 모여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나라의 기둥 될 아들 딸"들에게 작품 해설을 못했지만 봉사활동을 잘 하는 8반 학생들이 믿음직스러웠습니다.
" 키스 헤링"의 작품 전시가 끝나는 마지막 날인 오늘,
<소마미술관>으로 향하는 처녀 총각들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몇 년 후 내 앞에 있는 8반 학생들도 저들처럼 미술을 사랑하고 음악을 즐겨 듣고 봉사활동을 계속하는,
멋진 젊은이로 성장해 있을 환상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고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