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툭, 내려앉는 시집이 도착했다.
양문규 시인의 《엄니 꽃밭》
요양원 유리창이 모두 엄니의 퀭한 눈동자 같았다는 구절에서, 그리고 뻣뻣해진 손으로 끝까지 가족의 밥숟가락을 걱정하던 엄니의 당부 앞에서 참았던 눈물이 끝없이 흐른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마침내 스스로 꽃이 되신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
그분들이 걸어오신 그 고단했던 눈길 덕분에 우리가 지금 따뜻한 봄날을 산다.
이따금 친정 가면
신발 차다고
방 안에 들여놓던 아버지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다.
#양문규, 《엄니 꽃밭》중 4편
1. <눈길>
눈 오는 날
바람이 몹시 차가웠습니다
눈길을 지나온 신발이
꽁꽁 얼어붙어서
신발 벗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신발 속에 갇힌 두 발이
쓰리고 아픈 건
눈 때문도
바람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엄니 걸어온 길이
함께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2. <엄니의 봄날>
흘러가는 세월이 함박웃음 잡아갔나
아픈 다리 매만지며 햇볕 쬐는
마당 한쪽
덕지덕지 주근깨
검버섯
늦은 작약(芍藥)이 핀다
3. <엄니 당부>
요양원에서 마주하는 엄니
후들후들 떨면서도
주저앉지 않으려 안간힘이다
몰아쉬는 숨으로 겨우
비뚤어지게 흘리는 말들
어떻게 저 산 허물어 인삼 농사 지었는지
꿈 같어 아득혀
밥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건
모두 다 니 아부지 억척이여
뻣뻣한 내 손을 꼭 잡고
니 아부지 눈 흙 들어가기 전까지
밥숟가락 챙겨드려
학산 새재 소낙비 지나가듯
잠시 고향마을 다녀오는 발걸음 소리,
다시 요양원 들어가시자마자
전화벨이 우는 듯해 뒤를 돌아보니
요양원 건물 유리창이
모두 엄니 퀭한 눈동자 같다
4. <꽃 >
세상에
엄니보다
더 이쁜
꽃
있으랴
꽃 속에
더 큰 꽃을 품고
이쁘니까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