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김사인
나 죽으면 부조돈 오마넌은 내야 도ㅑ 형, 요새 삼마넌짜리도
많던데 그래두 나한테는 형은 오마넌은 내야도ㅑ 알었지 하고
노가다 이아무개(47세)가 수화기 너머에서 홍시냄새로 출렁거
리는 봄밤이다.
어이, 이거 풀빵이여 풀빵 따끈할 때 먹어야 되는디, 시인 박
아무개(47세)가 화통 삶는 소리를 지르며 점잖은 식장 복판까
지 쳐들어와 비닐봉다리를 쥐여주고는 우리 뽀뽀나 하자고,
뽀뽀를 한번 하자고 꺼멓게 술에 탄 얼굴을 들이대는 봄밤이다.
좌간 우리는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해야 혀 자슥들아 하며 용봉
탕집 장사장(51세)이 일단 애국가부터 불러제끼자, 하이고 우
리집서 이렇게 훌륭한 노래 들어보기는 츰이내유 해쌓며 푼수
주모(50세)가 빈 자리 남은 술까지 들고 와 연신 부어대는 봄밤
이다.
십이마넌인데 십마넌만 내세유, 해서 그래두 되까유 하며 지
갑들 뒤지다 결국 오마넌은 외상을 달아놓고, 그래도 딱 한 잔
만 더, 하고 검지를 세워 흔들며 포장마차로 소매를 서로 끄는
봄밤이다.
죽음마저 발갛게 열꽃이 피어
강아무개 김아무개 오아무개는 먼저 떠났고
차라리 저 남쪽 갯가 어디로 흘러가
칠칠치 못한 목련같이 나도 시부적시부적 떨어나졌으면 싶은
이래저래 한 오마넌은
더 있어야 쓰겠는 밤이다.
※ 출처 : 김사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
※ 김사인 시인
1955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학과와 고려대 대학원에서
했다. 1982년 동인지 『시와 경제』의 창간인으로 참여하며 시쓰기를
시작했고, 시집으로 『밤에 쓰는 편지』가 있다. 제6회 신동엽창작기
금(1987)과 제50회 현대문학상(2005)을 받은 바 있으며, 현재 동덕
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