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고 각자 살기 바빠서 얼굴 한 번 보기 참 힘들었죠. 그런데 이번에 서천 동강중학교 23회 친구들 18명이 큰맘 먹고 모였습니다. 경기도 전곡항부터 대부도 탄도항까지, 서해안의 짠 내 섞인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머리 희끗한 어른이 아니라 교복 입던 그 시절 소년, 소녀로 돌아가 있더라고요.
| 갯벌 위로 열린 길, 우리 우정처럼 단단할까 |
처음 도착한 탄도항은 안개가 자욱했어요. 파란 하늘을 기대했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오히려 몽환적인 분위기가 우리 모임이랑 더 잘 어울리더라고요. 저 멀리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천천히 돌아가는 모습이 마치 멈춰있던 우리들의 시간을 다시 돌려주는 것만 같았죠.
발밑으로는 물이 빠진 갯벌 사이로 길게 뻗은 길이 보였어요. 비가 살짝 내린 뒤라 바닥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는데, 그 질감이 묘하게 매력적이더라고요. 친구들이랑 우산 하나씩 나눠 쓰고 그 길을 걷는데,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는 거 있죠?
누에섬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안내판이 하나 서 있었어요. 물때를 잘 맞춰야 들어갈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보며, 우리 인생도 참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네요. 조금만 늦었으면 이 길을 못 걸었을 텐데, 다행히 바다가 우리를 허락해 줬어요.
| 빗소리 들으며 걷는 해안가 산책로 |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옆으로 펼쳐진 자갈밭에 파도가 조용히 밀려왔다 나갔다 하더라고요. "야, 너 기억나냐?" 한 명이 운을 떼면 여기저기서 웃음보가 터집니다. 빗방울이 어깨에 툭툭 떨어지는데도 누구 하나 인상 쓰는 사람 없이 그저 싱글벙글이었어요.
"중학교 졸업 후 수십 년이 흘렀지만, 동강중학교 23회라는 이름표 하나만으로 우리는 여전히 그때 그 시절의 동심을 가진 아이들입니다."
점심에는 전곡항 근처에서 11,000원짜리 해물칼국수를 먹었어요. 커다란 냄비에 해산물이 어찌나 푸짐하게 들었는지, 국물 한 모금 들이켜니까 속이 확 풀리더라고요. 쫄깃한 면발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데,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최고의 양념이었답니다.
| 어릴 적 TV에서만 보던 그 장면이 눈앞에 |
배를 든든히 채우고 간 곳은 이번 여행의 꽃, 동춘서커스였어요. 요즘 세상에 웬 서커스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세대한테 서커스는 향수 그 자체잖아요. 공연장 입구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을 보는데 벌써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공연이 시작되고 단원들이 아찔한 높이에서 곡예를 펼칠 때마다 18명의 동창이 동시에 "우와!"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 긴장감! 사실 조금 유치할 줄 알았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보니까 왜 그렇게 재밌던지.. 다들 동심으로 돌아가 박수치느라 손바닥이 빨개졌답니다.
공연을 보고 나와서 다시 본 바다는 아까보다 훨씬 평온해 보였어요. 멀리 보이는 이름 모를 작은 섬이 꼭 우리네 인생 같기도 하고.. 60대에 들어서니 이런 풍경 하나에도 참 많은 생각이 교차하네요.
| 여행의 완성은 역시 뜨끈한 보양식이죠 |
마지막 코스는 오이도였어요. 하루 종일 걷고 웃느라 기운을 다 썼으니 보충을 해줘야죠. 저녁 메뉴는 여름 보양식의 제왕, 민어탕으로 정했습니다. 자연산 민어만 취급한다는 식당 간판을 보니 신뢰가 팍팍 가더라고요.
가격은 1인분에 20,000원이었는데, 나오는 구성을 보니 돈이 아깝지 않았어요. 메뉴판을 훑어보니 민어회부터 잡어탕까지 종류가 다양하더라고요. 우리는 고민 없이 깊은 맛의 민어탕을 주문했습니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밑반찬으로 간장게장이 나왔는데, 이게 또 별미였어요. 짭조름한 게장 한 입 베어 무니 입맛이 확 살아나더라고요. 아삭한 열무김치도 민어탕의 진한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신의 한 수였죠.
여기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박대구이까지 등장!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박대 살을 발라 먹으며 소주 한 잔 기울이니, "이게 바로 행복이지"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18명의 친구가 모두 잔을 부딪치며 다음 모임을 기약하는 그 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비록 날씨는 조금 흐렸지만, 동강중학교 23회 동창들과 함께한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화창했습니다. 여러분도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을 미루고 계시진 않나요? 더 늦기 전에 전화 한 통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음번엔 우리 친구들 다 같이 어디로 떠나면 좋을까요?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댓글로 살짝 알려주세요!
#전곡항 #탄도항 #동춘서커스 #대부도민어탕 #동창회여행 #경기도가볼만한곳 #오이도맛집 #서해안드라이브 #추억여행 #민어탕맛집
태그#전곡항#탄도항#동춘서커스#대부도민어탕#동창회여행#경기도가볼만한곳#오이도맛집#서해안드라이브#추억여행#민어탕맛집 태그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