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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실(책 읽기)

전형재, 춤추는 럭비공

작성자맹문재|작성시간20.11.17|조회수18 목록 댓글 0

공연예술 연구자인 전형재의 『춤추는 럭비공 : 춤꾼 안은미, 춤의 정거장』이 <푸른사상 예술총서 23>으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독창적 아이디어와 창조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춤 세계를 구축해 우리나라 무용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춤작가’로서의 특성과 의미를 섬세하게 고찰했다. 2020년 11월 20일 간행.

■ 저자 소개
경기대학교에서 공연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일대와 경인여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극단 ‘고래’의 단원으로 27년째 연극을 하면서 60여 편의 연극에 출연했으며, 몇 편의 희곡을 쓰고 공연하였다. “재현은 모방이 아니라 사건의 새로운 제시”라는 아르토(Antonin Artaud)의 말을 공연으로 실천하고 있다. (E-mail:actorjun@hanmail.net)

■ 책머리 중에서
극장 안은 이미, 자동차 안에서 별 기교도 없이 엉성하게 촬영된 듯한 자연 풍경들이 쉼 없이 돌아가고 루틴과도 같은 오프닝 멘트도 없이 한 여자가 그 영상을 배경으로 겅중거리며 걸어 나왔다. 공연의 시작이었다. 붉은 저고리에 노란 치마 한복, 파마 가발을 쓴 안은미.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이어서 안은미컴퍼니의 전문무용수들이 시골 오일장에서나 볼 수 있는 촌스러운 주름치마에 꽃무늬 스웨터를 입고 어지럽게 움직였다. 뛰다가 구르고, 기는 듯 흐느적거리다 꿈틀대고, 경련이 인 듯 사지를 떨고. 이게 춤인가 싶었다.
다음 20분 정도는 미리 촬영된 할머니들의 춤 영상이다. 장소 불문, 이유 불문, 그냥 흔든다. 이름하여 막춤. 그 흔한 뽕짝 메들리도 없이 극장 안은 말없이 춤 영상만 돌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극장 안은 어느새 관객들의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그 춤을 보고도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으랴. 나도 웃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부터다. 공연에 관한 꼬투리라도 잡아보려던 독기어린 눈은 흐물거리며 무장해제 되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춤의 울타리를 넘어선 것들이었다. 그러면서 기억의 저장고, 심연의 바닥을 차고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알 수 없는 기억의 똬리가 나의 신경세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 책 속으로
지금까지 안은미가 보여준 춤 세계는 그를 ‘춤작가’로 부르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안은미의 춤은 초창기부터 열광적인 팬을 끌어모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극단적인 혹평 속에 미친 짓으로 폄하되거나 지독한 나르시시즘으로 평가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젊은 시절 춤에 대한 파격적 실험과 도전이 한국 현대무용의 표현영역 확장에 기여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따라서 그의 춤은 이제 하나의 가치와 철학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때로는 그 이해가 안은미의 춤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더는 파격이나 도발적 움직임으로 전해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의 춤은 항상 예술적 경향과 대중의 기호를 서너 걸음 앞에서 안내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후 안은미 춤의 흐름이 또 어떻게 변화할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안은미가 우리에게 보여줄 춤에 대한 즐거운 상상과 기대를 더욱 높여주는 이유라고 할 것이다. (338~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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