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연구자인 전형재 교수의 『세계사 속의 서양 연극사』(푸른사상 예술총서 28). 서양 연극사의 흐름을 세계사와 함께 시대별로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연극의 특징이 유지 및 변화해 온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탄탄한 구성으로 집필한 연극 기초 입문서이다. 2021년 9월 10일 간행.
■ 저자 소개
경기대학교에서 공연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일대와 경인여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극단 ‘고래’의 단원으로 28년째 연극을 하면서 60여 편의 연극에 출연했으며, 몇 편의 희곡을 쓰고 공연하였다. “재현은 모방이 아니라 사건의 새로운 제시”라는 아르토(Antonin Artaud)의 말을 공연으로 실천하고 있다. 저서로 『춤추는 럭비공 : 춤꾼 안은미, 춤의 정거장』이 있다.
■ 책 속으로
많은 연극사가, 인류학자, 사회학자들은 각자 저마다의 분야에서 연극의 기원에 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까지 확인할 수 있는 인류의 기록이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인류가 자신들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 BC 3000년 이집트 그림문자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들을 인정한다면, 연극이 선사시대 어디쯤에서 시작되었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 정도는 꽤 신빙성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연극에 관한 최초의 확실한 기록은 BC 6세기경 고대 그리스 시대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따라서 우리의 연극사 연구는 어쩔 수 없이 기록에 근거한 역사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연극의 기원이 이렇게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고대 그리스 시대 이전에도 현대의 연극과 유사한 형태의 몸짓들이 있었음을 추측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며, 현대 연극에 필요한 대부분의 요소가 이미 기록 이전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15~16쪽)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서양 연극의 흐름은 다음의 두 가지로 크게 나뉠 수 있다. 하나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전통을 지속하려는 사실주의적, 환영주의적, 희곡 중심적 연극 전통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연극 텍스트의 충실한 재현을 지칭한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근거로 인간에 관한 모방(mimesis)과 도덕적 정화작용, 즉 카타르시스(Katharsis)를 연극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한 데서부터 비롯된다. 이러한 인식은 세상을 연극과 동일시하는 르네상스를 거쳐 17세기 신고전주의 시대와 19세기 사실주의까지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드라마 연극의 충실한 재현에 맞서 ‘연극의 재연극화’를 주장한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연극과 이들의 연극 정신을 계승한 1960년대의 네오아방가르드 연극에 의한 포스트드라마 연극이다. 이들은 연극의 본질이 드라마 텍스트의 재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텍스트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 매체로서의 미학적 체계와 연극적 기능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213~2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