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문단을 이끌고 있는 정세훈 시인의 산문집 『내 모든 아픈 이웃들』(푸른사상 산문선 41). 부조리와 모순으로 뒤덮인 자본주의 사회에 맞서온 저자는 시대와 역사의식을 견지한 채 이 사회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친다. 모든 아픈 이웃들을 끌어안고 연대해 우리 시대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인간 가치를 보여준다. 2021년 10월 29일 간행.
■ 작가 소개훈
1955년 충남 홍성 출생. 17세 때부터 20여 년간 소규모 공장을 전전하며 노동자 생활을 하던 중 1989년 『노동해방문학』과 1990년 『창작과비평』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시집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 『맑은 하늘을 보면』 『저 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끝내 술잔을 비우지 못하였습니다』 『그 옛날 별들이 생각났다』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 『부평4공단 여공』 『몸의 중심』 『동면』 『당신은 내 시가 되어』 등과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동시집 『공단마을 아이들』 『살고 싶은 우리 집』, 장편동화 『세상 밖으로 나온 꼬마송사리 큰눈이』, 그림동화 『훈이와 아기제비들』, 산문집 『소나기를 머금은 풀꽃향기』 『파지에 시를 쓰다』 등을 펴냈다. 제32회 기독교문화대상, 제1회 충청남도 올해의 예술인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인천작가회의 자문위원, 위기청소년의좋은친구어게인 이사, 인천시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위원, 노동문학관 관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책 속으로
안타깝게도 일제 강점 시기 카프(KAPF)와 전태일 열사 분신 이후 노동문학 관련 소중한 자료들이 손실되고 있다. 그 자료들이 더 이상 흩어져선 안 되겠다. 늦은 감이 있지만 더 이상 손실되지 않도록 그 자료들을 한곳으로 모아 잘 보관해야겠다. 더 나아가 노동문학을 조명하고, 노동문학이 향후 유구토록 우리 한국 사회의 올바른 길잡이가 되도록 노동문학관을 건립하기에 이르렀다. (61~62쪽)
친일 문인의 추종 세력들에게 친일 문인의 매국적 친일 행적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서정주와 김동인 등 친일 문인을 기리는 친일 문인 기념문학상 심사와 수상 대열에 합류한 이들은 친일 문인의 문학의 뛰어남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문단 권력의 달콤한 맛에 길들여지면서 내세운 자기합리화다. 따라서 역사는 적폐에 편승하여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이들 또한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108~109쪽)
새로운 총선이 끝났지만 무언가 개운치가 않은 내 가슴에 지하철의 장애인 가족과 아이의 해맑은 눈망울이 자꾸만 뭉클뭉클 안겨온다. 앞으로 내 삶은 어떠한 삶을 살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하철의 아이만큼만 되어라. 내 모든 쓸쓸하고 아픈 이웃들 앞에. 그리하여 부디 내 삶만의 혁명이 아닌 내 이웃들 삶의 혁명을 이루기를. (190쪽)
■ 추천의 글
정세훈 시인이 산문집 『내 모든 아픈 이웃들』에서 추구하는 자세는 ‘삶꾼’이다. 사회의식과 역사의식을 견지한 채 삶의 진정성을 끊임없이 실천해오고 있는 것이다. 부패한 정치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항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직업병 피해자들의 처지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투쟁하는 것이 그 모습이다. 친일 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의 폐지를 외치고, 예술 작품을 검열하고 탄압하는 국가권력을 비판하고, 자본과 권력의 결탁으로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부조리하고 모순된 기득권 세력에 침묵하지 않고 맞서온 정세훈 시인은 2020년 7월 25일 충남 홍성군 광천읍 광금남로 63번길에 코로나19의 난관을 뚫고 노동문학관을 건립했다. 인당수로 가는 딸의 치맛자락을 잡고 “너 죽고 내 눈 뜬들 무슨 소용 있느냐”라고 울부짖는 심청이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며 시를 써온 정신을 구체화한 것이다. 아픈 사람들을 품는 둥지 같은 노동문학관이 되겠다고 삶꾼은 『내 모든 아픈 이웃들』에서 약속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역할을 신나게 하는 터전이 될 수 있도록 우리의 응원과 참여가 필요하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