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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실(책 읽기)

정정호, 바람개비는 즐겁다

작성자맹문재|작성시간21.11.30|조회수58 목록 댓글 0

영문학자인 정정호 중앙대 명예교수의 산문집 『바람개비는 즐겁다』(푸른사상 산문선 42). 해방공간의 혼란과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겪으며 살아온 유년을 지나 창작의 바람이 불어온 현재까지의 일곱 가지 바람을 회고하고 있다. 어린아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춤추며 바람을 일으키는 바람개비로 우뚝 서고자 한다. 2021년 11월 25일 간행.

 

■ 작가 소개

아호 소무아(笑舞兒). 서울에서 1947년에 태어났다. 인천중학교와 제물포고등학교를 다녔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영어영문학과 석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미국 위스콘신(밀워키)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익대와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국제PEN한국본부 전무이사,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부회장, 사랑의교회 교수선교회장, 제19차 국제비교문학회 세계대회 조직위원장(2010, 서울), 제2회 세계한글작가대회 집행위원장(2016, 경주)을 역임했다. 김기림문학상(평론), PEN번역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최근 저서로 『피천득 평전』(2017), 『문학의 타작:한국문학, 영미문학, 비교문학, 세계문학』(2019), 『번역은 사랑의 수고이다』(공저, 2020) 등이 있다. 현재 중앙대 명예교수, 국제PEN한국본부 번역원장, 금아피천득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 한국통일문인협회 국제교류위원장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전반부와 후반부 인생길에서 나는 일곱 가지 바람을 앞에서 맞으며 바람을 타기도 했지만 거스르면서도 살아왔다. 자전적 요소가 강한 이 산문집 제목이 『바람개비는 즐겁다』인 것은 바람을 타며 노는 바람개비놀이를 즐겼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즐겼다는 말은 바람과 다투거나 싸우지 않고 바람개비를 함께 돌렸다는 뜻이다. 단계별로 어떤 곤경과 환난 속에서도 낙망보다 비전과 희망을 품고자 애썼다. 다른 말로 ‘비극적 환희’를 가지고 살고자 노력했다는 뜻이리라. 바람이 거칠고 세찰수록 바람개비는 더 빠르고 힘차게 돈다. 그러나 이제부터 나는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수동적 바람개비가 아니라 휘파람을 불며 내 안에서 스스로 바람을 일으키고 만들어내는 능동적 바람개비가 되고 싶다.

 

■ 책 속으로

내가 라면을 처음 먹은 것은 1964년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국수하고는 다른 그 맛이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이었다. 고소하고 짭조름한 라면 맛이 아직도 생생한데, 1957년 처음 맛보았던 꿀꿀이죽과는 다른 감동(?)이었다. 꿀꿀이죽은 어렵게 사다 먹으면서도 미군들이 먹다 남긴 음식 찌꺼기고 돼지 사료로 허가된 것이라는 생각에 민족적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것도 없어 못 먹던 상황이었으니 그렇게 깊이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라면은 우리나라에서 당당히 생산된 새로운 식품이었고 꿀꿀이죽과는 달리 새벽부터 30리씩이나 걸어갈 필요도 없이 가까운 구멍가게에서 쉽게 살 수 있었고 그 가격이 저렴하니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하지만 내 마음에 깊이 각인된 것은 부대찌개나 라면이 아니라 꿀꿀이죽이다. 어린 시절 내가 스스로 통을 메고 여러 시간 걸어서 사다 먹던 음식(?)이라 더욱 그런 것 같다. 꿀꿀이죽은 인생 초반에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에까지 지울 수 없는 커다란 주름과 흔적을 남겨놓았다.

(「꿀꿀이죽」, 30~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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