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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고

작성자남청도|작성시간26.06.07|조회수63 목록 댓글 0

 

쓰리고

 

“쓰리고.”

이 말은 참 묘하다. 같은 두 음절인데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풍경을 떠올린다. 전날 밤 술잔을 너무 많이 기울인

사람에게는 속이 쓰린 아침의 고통이 먼저 생각난다. 고스톱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판돈이 불어나던 짜릿한 순간

의 외침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게임 용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몸으로 겪는 현실이 된다.

생각해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익숙한 경험과 관심사

를 통해 세상을 해석한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부른다.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에 더 주목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

는 쉽게 지나쳐 버리는 심리다. 술꾼은 "쓰리고"에서 숙취를 보고, 타짜는 승부를 보고, 경제 전문가는 경제지표를

본다.

 

요즘 경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쓰리고"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이른바 경제의 ‘3고’

현상이다. 물가는 올라 서민들의 장바구니를 무겁게 만들고, 환율은 치솟아 국가 경제의 불안을 드러내며, 금리는

높아져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키운다. 한때는 고스톱판에서 외치던 "쓰리고"가 이제는 뉴스 기사 속에서 국민들의

한숨으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최근 경제 기사들은 이러한 현실을 연일 경고하고 있다. 환율은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으며, 금리 또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경제 위기와 비슷한 복합 위기가 찾아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소상공인과 서민층은 3고의 충격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

게 받아낸다. 누군가에게는 숫자 몇 개의 변화일 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월세와 대출 이자, 생활비의 문제로 다가

온다.

 

그러나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같은 현실을 두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린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는 반도체

수출 증가와 성장률 지표를 보며 경제의 저력을 이야기한다. 또 어떤 이는 환율과 물가를 보며 위기를 말한다. 어느

쪽이 완전히 틀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이 보고 싶은 숫자만 바라보는 태도일

것이다.

확증편향은 마치 색안경과 같다. 안경을 끼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보는 세상이 곧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늘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 성장이라는 얼굴도 있고, 위기라는 얼굴도 있다. 희망과 불안

은 늘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오늘날의 "쓰리고"는 우리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둘째, 우리는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가.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은 위기만 볼 수 있고, 낙관하는 사람은 기회만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

대개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고스톱판에서의 쓰리고는 더 큰 판돈을 향한 자신감의 선언이다. 하지만 경제에서의 쓰리고는 오히려 더 신중해지라

는 경고음에 가깝다. 물가와 환율, 금리가 동시에 높아진 시대일수록 정부는 냉철해야 하고, 국민은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무엇보다 우리는 자신의 확증편향을 경계해야 한다.

결국 "쓰리고"는 한마디의 말이 아니다. 그것은 각자의 삶과 관심,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담긴 거울이다.

어떤 이는 그 속에서 숙취를 보고, 어떤 이는 승부를 보고, 어떤 이는 경제 위기를 본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만이 전부라고 믿지 않는 일이다.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쓰리고"라는 짧은 말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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