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를 생각하며
나는 한곳에 오래 머무는 것을 잘 못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아마도 '노마드 DNA'가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젊은 시절에는 바다를 무대로 살았다. 배를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80여 개국을 돌아다녔다.
낯선 항구에 닻을 내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무엇보다 즐거웠다.
그래서인지 정적인 바둑이나 마작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테니스를 좋아했다. 공을 따라 코트를 뛰어다니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척추협착증 때문에 몇 년째 라켓을 잡지 못하고 있다.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어디론가 떠돌고 싶어 한다.
그렇게 많은 나라를 다녔으면서도 이상하게 사하라 사막만은 가보지 못했다. 지도를 펼쳐 보면 아프리카
북부를 거대한 황갈색으로 덮고 있는 사하라.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궁금했다. 지구상에는 왜 사막이 존재하는 것일까. 비만 내리면 바위틈에서도 풀이 자라고
나무가 뿌리를 내린다. 생명은 참으로 강인하다. 그런데 사막은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모래와 바위만 이어진다.
비가 오지 않으니 식물이 자랄 수 없고, 식물이 없으니 다시 생명이 머물기 어렵다. 마치 지구가 일부러 남겨 둔
거대한 공백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그 공백마저 채우려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나 리비아 같은 사막 국가에서 한국인들이 관개시설
을 설치하고 벼를 재배하며 배추를 키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만 공급되면 사막도 농지가 될 수 있다
는 사실은 늘 놀랍다. 척박한 땅을 보고 포기하지 않고, 끝내 푸른 농장으로 바꾸어 놓는 사람들의 의지에는 감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오늘 아침 뉴스는 사막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말리에서 니제르로 향하던 트럭이 사하라 한복판에서 고장 났다고 한다. 승객들은 차량을 고치기 위해 며칠 동안
애썼지만 끝내 실패했다. 물은 바닥났고 식량도 떨어졌다. 뜨거운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모래바다 속에서 그들
은 구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사막은 너무 넓고 인간은 너무 작았다.
결국 승객 51명 가운데 49명이 목숨을 잃고 단 2명만 살아남았다.
기사를 읽으며 문득 등골이 서늘해졌다. 우리가 평소 사진으로 보는 사하라는 아름답다. 붉게 물드는 석양, 끝없
이 이어지는 모래언덕,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빛. 그러나 그 아름다움 뒤에는 인간을 한순간에 삼켜 버릴 수 있는
냉혹함이 숨어 있다. 도시에서는 자동차가 고장 나면 휴대전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사막에서는 고장
난 차량 하나가 곧 생명줄의 단절을 의미한다.
아마 그들도 출발할 때는 평범한 귀갓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가족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었을지 모른다. 누구도 며칠 뒤 자신이 사막의 모래 아래 묻히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의 삶도 사막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늘 어디론가 이동하며 살아간다.
더 나은 삶을 찾아 길을 떠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국경을 넘는다. 때로는 목적지보다 그 과정이 더 험난하다.
사하라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 역시 생존과 희망을 위해 길을 나섰을 것이다.
젊은 시절 내가 바다를 건너며 느꼈던 자유도 사실은 위험과 맞바꾼 것이었다. 거친 파도와 폭풍우를 만나기도 했고,
낯선 항구에서 외로움을 견뎌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다와 사막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인간에게 겸손함을 가르
친다는 것이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자연 앞에서 인간은 여전히 작은 존재일 뿐이다.
언젠가 사하라를 직접 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그날이 온다면 나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바다를 바라보며
오늘 기사의 희생자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생명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 황량한 땅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애쓴
인간들의 의지를 생각할 것이다.
사막은 생명이 없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생명의 소중함을 가장 절실하게 깨닫게 하는 장소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