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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청개구리

작성자남청도|작성시간26.06.15|조회수26 목록 댓글 0

 

내 안의 청개구리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육 년이 넘었으니, 이제는 시장의

물결쯤은 읽을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경우는 정반대다. 내가 사면 주가는 기다렸다는

듯 내려가고, 내가 팔면 그제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처음에는 운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시장

이 나를 골탕 먹인다고 여겼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한 가지 의심이 마음속에서 자라났다.

혹시 내 안에 청개구리 한 마리가 들어앉아 있는 것은 아닐까.

 

어릴 적 내가 자란 까막골에는 작은 마당이 있는 집이 있었다. 마당가에는 감나무와 대추나무, 배나무가 둥글게 둘러

서 있었고, 울타리 곁에는 오래된 엉개나무가 기대어 자라고 있었다. 여름이면 온 동네가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특히 비가 오기 전날이면 생울타리와 엉개나무 잎사귀 위에 청개구리들이 올라앉아 목청껏 울어댔다.

그 울음소리는 참 요란했다. 어린 마음에는 마치 홍수가 나서 개구리 엄마의 무덤이 물에 잠길까 봐 걱정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때마다 자연스레 청개구리 이야기가 떠올랐다.

 

평생 어미 말을 거꾸로만 듣던 못난 자식. 산으로 가라는 말에는 냇가로 가고, 동쪽으로 가라면 서쪽으로 가던 녀석.

그런데 막상 어미가 죽으며 "나를 냇가에 묻어 다오"라고 유언하자, 처음으로 그 말을 그대로 따랐다. 결국 장마철

마다 무덤이 떠내려갈까 걱정하며 울게 되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개구리 엄마도 참 답답했을 것이다. "맹모삼천"이란 말을 몰랐을까. 자식을 서당에라도 보냈더라면

그 고집스러운 성미가 좀 고쳐졌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사람은 교육에 의해 비로소 사람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물론 청개구리는 서당에 가도 풍월 대신 반대말만 배워 왔을지 모르지만.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면, 그 청개구리를 비웃을 처지가 아니다. 내 안에도 그 녀석이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던 모양

이다.

어린 시절만 해도 그 기미는 여러 번 나타났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이 잔뜩 흐려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해서 우산을 챙겨 학교에 가면, 그날은 이상하리만큼 햇살이 눈부셨다. 우산은 하루 종일 짐짝처럼

들고 다녀야 했다.

반대로 아침 하늘이 티 하나 없이 맑으면 안심하고 우산을 집에 두고 나섰다. 그러면 어김없이 학교가 파할 무렵

검은 구름이 몰려왔다. 곧이어 장대비가 쏟아졌다. 나는 양손에 고무신을 들고 흙탕물을 첨벙거리며 집까지 뛰어

와야 했다. 비에 젖은 옷은 몸에 달라붙고, 처마 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생쥐 꼴이 되어 있었다.

 

그때는 운명 탓을 했다. 왜 내가 준비하면 빗나가고, 방심하면 적중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일기예보는 놀랄 만큼 정확해졌다. 스마트폰만 열어도 몇 시에 비가 오는지

알려준다. 덕분에 우산 하나 챙기는 일로 청개구리와 실랑이를 벌일 필요는 없어졌다.

하지만 내 안의 청개구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 녀석은 이제 주식시장으로 이사를 갔다.

며칠 동안 오를 것 같아 고민 끝에 주식을 사면 그날부터 하락이 시작된다. '조금만 기다리면 오르겠지' 하고 버티다

가 더 내려가면 불안해진다. 결국 손절매를 하고 나오면,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주가는 힘차게 상승한다. 마치 내가

떠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처음에는 화가 났다. 나중에는 허탈했다. 이제는 웃음이 난다.

어쩌면 시장이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청개구리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슬그머니 나타나 귓속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사면 되겠어."

그러면 주가는 떨어진다.

"이제 끝났어. 얼른 팔아."

그러면 주가는 오른다.

참으로 용한 재주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예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어린 시절에는 비를 맞으면 억울하기만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보니, 인생의

많은 일들이 꼭 뜻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준비한 일이 허사가 되기도 하고, 기대

하지 않았던 일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한두 번의 실패가 아니라 그 실패를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인지도 모른다.

 

요즘은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내 안의 청개구리도 이제는 꽤 늙었을 것이라고.

예전처럼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말썽을 부릴 기운도 없을 것이다. 일기예보와는 싸움에서 이미 졌고, 우산 문제도 더

이상 간섭할 수 없다. 그래서 남은 힘을 모두 모아 주식시장 한구석에서만 장난을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 어쩌면 괜찮다.

까막골의 감나무와 대추나무, 배나무 사이에서 울어대던 그 청개구리가 아직도 내 마음속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 어린 시절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다만 한 가지 부탁은 하고 싶다.

이제 그만 주식 계좌에서만큼은 나와 반대로 움직여 주었으면 좋겠다. 육 년이면 서당개도 풍월을 읊는다는데, 내 안의

청개구리도 슬슬 철이 들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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