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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 점프

작성자남청도|작성시간26.06.15|조회수25 목록 댓글 0

 

하늘 끝에서 만나는 유혹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에 작은 모험심 하나쯤 품고 산다. 높은 산 정상에 오르고 싶어 하고, 거센 파도가 이는 바다로

나아가고 싶어 하며, 때로는 아찔한 절벽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한다. 아마도 인간은 안전한 일상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어떤 본능적인 갈증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번지점프는 바로 그런 갈증을 가장 극적으로 해소해

주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수십 미터, 때로는 수백 미터 높이에서 허공으로 몸을 던진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뛰는 일이다. 발목과 몸에

연결된 탄성 로프 하나만 믿고 중력을 향해 뛰어내리는 순간, 인간은 비로소 새가 된 듯한 자유와 추락의 공포를 동시

에 경험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번지점프를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으로 여긴다. 남들이

주저하는 곳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젊음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릴은 언제나 위험이라는 그림자를 데리고 다닌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번지점프를 하던 여성이 안전장비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순간의 실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끝내 버린 것이다. 과거에도 번지 로프가 끊어지거나

연결 장치가 이탈해 발생한 사고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의 한 대학 축제에서는 번지점프 시설을 설치한 업체 대표가

직접 안전 점검을 위해 뛰어내렸다가 슬링 와이어가 크레인 훅에서 벗어나 추락사하는 사고가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한 계곡에서는 로프가 파손되어 젊은 참가자가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사람들은 흔히 "설마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고는 바로 그 "설마"에서 시작

된다. 인간이 만든 장비는 완벽할 수 없고, 인간이 하는 일에는 언제든 실수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젊은 시절 무모한 용기를 자랑하던 때가 있었다.

ROTC 훈련을 받던 대학 4학년 시절, 상남훈련소에서 유격훈련을 받았다. 마지막 과정은 공중낙하 훈련이었다. 수백

명의 후보생 가운데 열 명만 지원자를 받는다고 하자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높이가 불과 13미터라고 하지만 실제로

올라가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더욱이 조교들은 점프대까지 오리걸음으로 올라가게 만들었다. 다리에 힘은 풀리고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괜히 지원했나?"

중간쯤 올라가면서 후회가 밀려왔다.

마침내 점프대에 도착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닥에 앉아 있는 동기생들이 장난감처럼 작게 보였다. 그 순간 다리가

떨리고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평소 자신을 강심장이라고 생각했던 지원자들조차 얼굴이 창백해졌다.

 

첫 번째 지원자는 조교의 "뛰어!" 하는 명령에도 뛰어내리지 못했다. 두 번의 기회를 더 받았지만 결국 조교의 발길질에

떠밀려 허공으로 떨어졌다. 두 번째 지원자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어차피 떨어질 거라면 내 의지로 뛰자.'

숨을 깊이 들이쉬고 양손으로 점프대 양쪽 벽을 힘껏 밀어냈다. 몸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순간 세상이 멈춘 듯했다.

심장은 터질 듯 뛰었고, 귓가에는 바람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등 뒤에서 들려온 "덜커덕" 하는 로프의 걸림 소리.

그때 느꼈던 안도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죽음의 공포와 생존의 안도가 한순간에 교차했던 경험이었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스릴을 찾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위험 그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극복했다는 성취감과 살아 있다는 실감을 얻고 싶은 것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한 감정을 경험하고

싶은 욕망이 우리를 높은 곳으로 이끈다.

요즘은 롯데월드타워 최상단에 설치된 스카이브리지 투어처럼 보다 안전하게 스릴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다. 지상 541미터 높이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다리 위를 걷는 경험은 충분히 짜릿할 것이다. 물론 철저한 안전교육

과 안전장비가 전제된다. 참가자들은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감정을 안고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을 걷게 된다.

결국 진정한 용기란 무모함과는 다르다. 위험을 모르고 뛰어드는 것은 객기이고, 위험을 충분히 이해한 뒤 안전을 확보하고

도전하는 것이 용기다. 젊음은 도전을 통해 빛나지만, 그 도전이 생명보다 앞설 수는 없다.

 

하늘 끝에서 느끼는 짜릿한 전율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전율을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명이라는 안전망이 함께

있어야 한다. 스릴은 순간의 쾌감이지만, 목숨은 단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인간은 앞으로도 계속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를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가장 멋진 도전은 살아서 내려와 자신

의 이야기를 웃으며 들려줄 수 있는 도전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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