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부족해야 크게 행복하다
어제 오후에는 마을 산책을 나갔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인부들을 보았다.
동네의 하천을 정비하는 작업이었는데 무더위 속에서 연신 담을 닦으며 일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먹고 사는 문제를 떠올려 보았다.
그 사람들은 힘들게 몸을 움직여 노동하지만 결코 가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송대의 문장가 매요신의 시에 보면
“기와 굽느라 문 앞의 흙을 모두 쓰고도 지붕에는 기와 조각 하나 없네.”라는 표현이 있다.
기와쟁이가 자기 집 앞의 흙을 재료로 쓰지만 자신의 집에는 기와로 올리지 못한다.
세상에는 이렇게 땀을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빈궁하게 사는 일들이 많다.
출가한 스님네는 열 손가락에 진흙 한 점 묻히지 않으면서 으리으리한 기와집에 살고 있으니 복 받은 인연이 아닐 수 없다.
해인사에 살 때 노스님이 젊은 우리들에게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명경 같은 장판 위에 살면서 무엇이 부족하여 공부 안 하느냐?”고 혼내던 시절도 있었다.
내가 아무리 밭일하고 김매는 선농을 실천하며 예불하는 일을 한다 하더라도 땀 흘리는 저 사람들에 비하랴 싶어서
어제는 그 일이 명상의 실마리가 되었다.
무엇이든 부족하고 간절해야 작은 소유라 할지라도 큰 기쁨이 될 수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가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
그런데 그런 마음들이 일어날 때마다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도 공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먹고 싶다고 해서 먹을 것을 잔뜩 사다 놓고 먹게 되면 그게 영 맛이 없고 먹는 즐거움도 없다.
그것은 부족하지 않아서 그렇다.
아주 귀한 음식을 한 입 먹으면 그 맛은 쉽게 구해 놓고 먹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된다. 그럴 때 그 행복감이 크게 다가온다.
한동안 어떤 물건이 없어서 불편하게 지내다가 어느 날 꼭 필요한 그 물건을 구입하게 되면 그때 느끼는 기쁨은 오래 남는다.
그러니까 불편한 것과 부족한 것을 느끼며 살라는 것이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무턱대고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옷을 사 입지 않고 있다. 없어서 못 입는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안 입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다.
옷장이 크면 고민하게 되지만 단벌 신사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
뭐든 지나치게 많으면 하나의 소중함도 사라지고 만다.
중학교 다닐 때 만년필을 정말 가지고 싶었다.
용돈을 조금씩 모아서 어느 날 만년필을 구입했는데 고급 만년필이 아니었는데도 급우들에게 자랑하면서 아주 행복하게 사용하였다.
모두가 부족한 시절이라서 그것으로 만족했기 때문이다.
만약 똑같은 만년필이 두 개가 있었다면 그토록 간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뭔가 부족할 때 이미 지니고 있는 그 물건에 대한 기차가 더 빛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물건이 없어 불편해도 좀 참아보고, 가지고 싶어도 좀 기다리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휴대폰이나 자동차가 오래 되어서 그 불편함을 참고 참다가 고민 끝에 바꾸게 되면 후딱 교체하는 것보다는 훨씬 애정을 쏟을 수 있다.
따라서 불편한 것과 부족한 것을 참고 사는 것이 때로는 행복의 비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성자 간디는 ‘욕망이 아닌 필요에 의한 삶인가’를 스스로 물어보라 했다.
우리의 생활 속에는 필요에 의한 것들보다는 욕망에 의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더 많다.
지금의 물건이 욕망의 소산인지, 필요에 의한 것이었는지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최소한의 필요가 아닌 것들은 대개 욕망이 개입된 것들이다.
지금 구석에서 잠자고 있는 신발이 있다면 꼭 필요한 것이 아니었을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면 지금도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면 반드시 필요한 물건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불편함과 부족함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내가 정리한 행복 공식은 ‘크게 부족해야 크게 행복하다’는 것이다.
지금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면 소유하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행복지수가 더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 ; 현진 스님 / 행복은 지금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