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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법문 080-01 /퇴옹 성철

작성자發菩提心|작성시간16.05.28|조회수31 목록 댓글 0

백일 법문 080-01 /퇴옹 성철

제8장 선종사상

2. 견성의 본질

4) 사중득활(死中得活)01


달마대사가 말하였다.

“밖으로 모든 인연을 쉬고
안으로 마음이 허덕이지 아니하여
마음이 장벽과 같아야
도에 들어갈 수 있느니라.”

한 생각도 나지 않고
과거와 미래가 끊어져서
번뇌가 순식간에 쉬고서
혼침과 산란을 끊어 없애
종일토록 어리석고 분별이 없으니
마치 진흙으로 만들거나
나무로 조각한 사람과 같은 까닭에
장벽과 다름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경계가 나타나면
집에 이르는 소식이
결정코 가서 멀지 아니하다.

達磨云하되
外息諸緣하고 內心無喘하야
心如墻壁하야 可以入道니라.

[傳燈錄]

一念不生하고 前後際斷하야
塵勞頓息하고 昏散을 勦除하야
終日獃惷惷地하야
恰似箇泥塑木彫底하나니
故로 謂墻壁으로 無殊라 하니라
到這境界現前하면
卽到家消息이
決定去地不遠이니라.

[高峰妙]

우리가 생각이나 분별로
과거니 미래니 하는데,
한 생각도 나지 아니하는
무심지에 들어갈 것 같으면
거기서는
과거°현재°미래
전체가 다 끊어져 버리는데
이것을
‘과거와 미래가 끊어졌다
[前後際斷]’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진로(塵勞),
즉 밖으로의 모든 반연이
순식간에 쉬게 되는데
이것이
‘밖으로 모든 인연을 쉬는 것[
外息諸緣]’이며,

또 혼침과 산란을 끊어 없애게 되는데
이것이
‘안으로 마음이 허덕이지 않는 것
[內心無喘]’입니다.

‘애준준(獃惷惷)’이란
목석과 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모양을 말하는데
무심한 경계를 표현한 말입니다.

일체 인연을 다 쉬고
일체 번뇌망상이 다 끊어진
무심지의 경계를
목석과 장벽에 비유했습니다.

그러면
목석과 장벽과 같은
대무심지에 이를 것 같으면
이것이 도(道)냐 하면
도(道)가 아니라
여기에 이를 것 같으면
구경각을 성취하는 것,
즉 도(道)를 이루는 것이
멀지 않다는 것입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바가 없으니
곧 ‘밖으로
모든 인연을 쉰 것 [外息諸緣]’이요,

안에서 나는 바가 없으니
곧 ‘안으로
마음이 허덕이지 않는 것
[內心無喘]’이다.

이미 내심무천하고
외식제연한 즉
한 생각도 나지 않는 것
[一念不生]이다.

外無所入則外息緣이요
內無所岑則內心無喘이니
旣內心無喘하고
外息諸緣則一念不生이니라.

[密雲悟]

내가 이렇게
여러 큰스님들의 말씀을 인용한 것은
흔히 ‘마음이 장벽과 같다
[心如牆壁]’는 말에 대해서
오해가 많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장벽과 같다고 하니
어디 가다가
담이나 벽에 탁 부딪치는 것과 같이
가도 오도 못하게
앞에 무엇이 가로막힌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장벽과 같다’는 것은
흙으로 만든 사람과 같고,
나무로 조각한 사람과 같아서
목석과 다름없는
대무심지를 장벽이라고 한 것입니다.

즉 일념불생하고
전후제단한 무심지가
장벽과 같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앞에서 말한 오매일여와는
어떤 관계가 있느냐 하면
몽중일여만 되어도
무상정이니만큼
겉으로 볼 때는
일념불생 전후제단과 같은 경계이며,
거기서 실지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숙면일여의 자재위보살 이상이 되어도
일념불생 전후제단의 경계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도냐 하면
도는 아니어서
여기에 다시 살아나 깨쳐야 합니다.

자재위보살 이상의 멸진정에서
오매일여를 성취하여야
도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지
도를 성취한 것은 아니니
이 경계를 종문에서는
‘죽은 데서 다시 살아난다
[死中得活]’고 합니다.

일념불생전후제단이 되었다고 해도,
대무심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거기서 살아나지 못하면
이 사람은
크게 죽은 사람[大死底人]입니다.

크게 죽은 사람은
구경각을 성취하지 못하였으며
도(道)를 이루지 못하였으며,
견성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실지로
이만한 경계에 도달하려면
참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또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죽어서 살아나지 못한다
[死了不得活]고 하면
이것은 도가 아니고
견성이 아니라고
고불고조가
한결같이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하물며 객진번뇌가
그대로 있는 경계에서
견성을 했다든지
도를 이루었다든지 하면
이것은 말할 필요조차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크게 죽은 경계에서
참으로 살아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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