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법문 080-04 /퇴옹 성철
제8장 선종사상
2. 견성의 본질
4) 사중득활(死中得活)04
이상에서
인용한 스님들은
중국스님들이니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어떠냐는 것을
나옹(懶翁)스님과
태고(太古)스님의
말씀을 인용하겠습니다.
공부가 이미
동정(動靜)에 간격이 없으며
오매(寤寐)에 항상 일여하여
접촉하여도 흩어지지 아니하고
넓고 아득하여도 없어지지 아니한다.
마치 개가
뜨거운 기름솥을 보는 것과 같아서
핥을래야 핥을 수 없고
버릴래야
버릴 수 없는 것과 같은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합당한가.
工夫가 旣到動靜無間하며
寤寐恒一하면
觸不散蕩不失하야
如狗子見熱油鐺相似하야
要舐又舐不得하며
要捨又捨不得時에
作麽生合殺오.
[懶翁集]
나옹(懶翁)스님이
공부해 나아가는 정도를
열 단계로 나누어
공부십절목(工夫十節目)을 작성하여
수도의 지침이 되게 하였는데
이것은 그 제6 절목으로서
참선하여 도를 깨침에는
오매일여의 경계를 통과함을
필수조건으로 삼으니,
만일 이것을 통과하지 못하면
견성이 아니며
도를 깨친 것이 아닙니다.
점점 공부가
오매일여에 이른 때에는
다만 화두하는 마음을
떠나지 않는 것이 요긴하다.
화두를 참구하는 의심이
정을 잊어버리고
마음이 끊어진 곳에 이르면,
금까마귀가 밤중에
하늘을 뚫고 높이 날아오르리니,
그때에 슬프거나
기쁜 생각을 내지 말고
모름지기
본분종사를 찾아가서
영원히 의심을 결단하라.
漸到寤寐一如時에
只要話頭心不離니
疑到情忘心絶處하면
金烏夜半에 徹天飛리니
於時에 莫生悲喜心하고
須參本色永決疑어다.
[太古集]
누구든지
오매일여가 되었다 해도
거기서 자족심을 내지 말고
본분종사를 찾아가서
참으로 바로 깨쳤나
어쩌나를 점검받아야 합니다.
태고스님이나 나옹스님은
고려 말엽의 큰스님들로서
열심히 정진하였으며
나중에 중국에 가서
인가를 받은 스님들로서
오가칠종의 정맥을
바로 안 스님들입니다.
그런 큰스님들이
공부를 가르치는 데 있어서
오매일여를 많이 말씀하셨으니
오매일여의 관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견성이란
오매일여의 대무심지에서 깨쳐
인가를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흔히 보면
나의 오매일여에 대한 법문은
어렵기 그지없고
보조스님의 『수심결』은
쉽다고 말합니다.
방장스님의 법문은
‘일체 망상이 다 떨어진 곳에서
오매일여가 되어 가지고
거기서 깨쳐야 한다’고 하시니
이 공부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고
도저히 어떻게 손댈 곳이 없으나,
『수심결』에서는
망상이 그대로 있고
번뇌가 그대로 기멸하는 것을
확실히 아는 것을
견성이니 돈오니 하고,
객진번뇌를
점차로 없애 가는 것을
보림이니 점수니 하니
공부가 쉽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가 잘 하는 말이지만
고려 중기 이후 이조로 내려오면서
큰 공부인(功夫人)이
옳게 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 하면
'수심결' 에 있다고 봅니다.
『수심결』에 보면
번뇌망상 이대로가 견성이라 하고
화두 안 해도 된다 하니
공부인이 날래야 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중국까지 가서
공부를 바로 전해 받은
태고스님이나 나옹스님은
철저하게 오매일여의
관문을 말씀하고 계시느니만큼
우리가 부지런히 공부를 해야 하고
바른 길로 가야 합니다.